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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짝
3월이면 또 이사를 간다
결혼 이후 열다섯번째
주민등록등본을 뗘보고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이렇게 살았구나
어느 여름 이사박스짐짝들을 집안에 들여놓고
남편은 비상이라 눈코뜰 새 없고
박스 사이를 누비며 아이들 건사했던
그여름
예천 들판에 쏟아지는 장마비가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쏴쏴
초록의 들판에 비가 지나가고 있었다.
강물처럼, 세월처럼
그 또한 지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짐짝을 쌓아놓고 살고 있다
옷한벌에 밥그릇하나 갖고 살날이 올까
언젠가 떠날때처럼 자유롭게
아무때나 떠날 수 있게 자유롭게
아무런 장식없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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