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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배경 때문에 꽃이 빛납니다.
글/오리
날씨는 차갑지만 그 속에는 이미 한 줄기 따뜻함이 스며있음을 느낍니다.
담장너머로 보이는 다양한 꽃망울들이 눈부신 햇살에 빛납니다.
하얀 연꽃 몽우리를 하고 있다가 오후에는 활짝 만개하는 백목련도 보이고,
매화를 닮은 사꾸라(벚꽃)가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자주색이 깃든 저 꽃은 살구 같기도 하고, 온통 담장을 에워싼 노란 개나리가 새삼스럽게 보입니다.
이파리 없이 덜렁 꽃이 먼저 피는 관계로 쉽게 눈에 띄는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화사하고 따뜻한 햇살과 함께 이색적으로 눈에 들어오기에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위에 온통 메마른 앙상한 가지들뿐이어서 돋보이는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꽃을 봐도 감탄하거나 예쁘다고 말할 용기가 없이 살아왔습니다.
감성적으로 말하면 나약한 인간으로 비춰질 것만 같아서였습니다.
이젠 세월을 왠만치 보내고 보니 (아쉬움 때문인지)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사람도 아름답고, 세월의 흐름도 아름답습니다.
화무십일홍-만개한 꽃은 열흘을 지탱하다가 흩어지는 낙엽처럼 봄바람에 흩날릴 것입니다.
사철 푸른 소나무나 잣나무 등과 같이 지금 저 아름다운 꽃도 사철 피어있다면
현재 느끼는 것처럼 계속 가슴에 와 닿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파리가 무성해지는 나무나 풀들이 꽃을 피울 때는 지금처럼 유난스레 돋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봄바람이 불지 않으면 꽃이 피지 못합니다. 꽃이 피더니 다시 바람에 불려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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