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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는 월간 스토리문학(www.storye.com)을 통해서 등단한 시인이다.
그의 시 "꽃"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하나의 꽃 속에
꼿꼿한 암술
나란한 수술
휴식을 모르는 꿀벌
하나의 꽃 속의 수술 꽃가루를
하나의 꽃 속의 암술에 묻힌다
휴식을 모르는 꿀벌
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주례사를 한다
하나의 꽃 속에 돋아나고서도
열매를 낳는구나
하나의 꽃 속에 돋아나고서도
누나의 향긋한 체취
누나의 달콤한 젖꼭지
손은 어느새
누나의 부끄러운 곳을 벗겨내리고 있다
------------김근태의 시 "꽃" 전문
이 시를 읽어내려가다보면, 맨 끝연의 반전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에게만 금기시되는 일일뿐, 식물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시인은 인간과는 사정이 다른 식물의 특성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일까?
영화 "올드보이"가 처음 극장에 간판을 걸었을 때만 해도, 인터넷에 올라온 평들 중에는 "사이코 영화"라는 악평이 많았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 소재이니,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평이 좀 지나쳤다는 생각도 든다.
외국에서는 "근친상간"이나 "동성애"를 다룬 영화나 소설들이 이미 옛날에 다 발표되었는데, 우리는 이제서야 이런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문화권이 그동안 너무 제한 속에서만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죄가 되어도, 창작 속에서는 죄가 아닌데, 이 나라는 표현의 자유를 너무 억압해왔다.
미국의 어느 여류 사회학자가 한국에 교환교수로 왔다가, 한국의 문화적, 사회적 제약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는 결코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올드보이"는 한국 최초로 칸을 석권한 이후로 평이 좀 좋아지기는 했다.
물론,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룬다고 모두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허먼 멜빌의 "피에르 혹은 모호성에 관하여"는 "폴라 X"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으나, 원자과 영화가 모두 악평에 시달려야 했다.
그에 비하면, 김근태의 시 "꽃"은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루긴 했어도 표현이 상당히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휴식을 모르는 꿀벌
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주례사를 한다
이 대목은 "너무 예쁘다"라는 평을 많이 듣고 있다. 맨 끝에 충격적인 반전이 나오는 데도, 이 시가 "아름다운 시"로 평가 받는 것이 이 대목 때문이라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주례사는 주로 양복 차림의 나이 많은 남자 어른이 한다. 고로, 나비보다는 꿀벌이 신사의 이미지와 더 잘 어울린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암펄이지만, 문학은 과학과는 다르다. 때문에 벌은 여자 보다는 남자의 이미지로 쓰이는 것이다. 나비를 신부에, 꿀벌을 신랑에 비유한 동요도 있으니까!
이 시는 전체적으로도 시상 전개가 상당히 자연스럽고 전혀 무리가 없다. 막판에 갑자기 충격적인 반전이 튀어나오는 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하나의 꽃 속에 나고서도 근친상간으로 열매를 낳는 꽃의 운명!
한 부모에게서 나긴 했지만, 근친상간을 하면 안되는 인간의 운명!
영화 "정사"는 언니가 동생의 약혼남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언니는 상대남이 동생의 약혼남임을 몰랐던 게 아니다. 안다. 그러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상대남도 마찬가지다. 상대녀가 약혼녀의 언니임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가슴으로는 끌리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근친상간이나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가슴으로는 자꾸 끌리는 것이다.
남을 비난만 하지 말고 이해를 좀 하라는 말이 있다. 그들도 머리로는 안 그러려 하지만, 가슴으로는 자꾸 끌리기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이다. 모르긴 해도, 그들은 꽃을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꽃은 근친상간을 해도 되니 말이다. 비교되는 것처럼 사람의 아픔을 아프게 하는 것도 없다.
이 시의 시인은 그들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의도에서 이 시를 쓴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도 원래는 근친상간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우진의 작전에 빠져 결국은 근친상간을 하게 된다.
이우진은 오대수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너희들은 우리 남매를 보고 더럽다고 하겠지만, 너희들도 여기 오대수처럼 근친상간에 빠질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사실, 이우진과 이수아의 사랑은 순수한 것이었다. 다만, 사랑할 대상을 잘못 고른 것일 뿐이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근친상간에는 빠지지 않았다고 해도,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김근태는 만화스토리 쪽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의 선배만화가 이현숙의 작품 "악의 꽃"도 이 시 "꽃"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 만화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도 사랑은 어느 누구에 못지 않게 순수한 사람들이다.
결국, 김근태의 시 "꽃"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것이다. 세상사람들로부터는 더럽다고 비난 받을지 몰라도, 꽃을 통해서 그들을 변호를 해주려 한 것이다.
남을 무조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이해해주려 하는 모습!
한마디로, 이 시의 주제는 "불륜 예찬"이 아니라, "휴머니즘"이다. 이것이 이 시에 대한 올바른 이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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