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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2월23일 고양시 신일중학교 시청각실에서는 31년의 장편소설 같은 교직생활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김미자 선생님의 명예 퇴임식이 있었습니다.
퇴임식을 완강히 거부하시는 김선생님의 한양 토백이의 고집을 뿌리치고, 평교사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준비위원회를 만들었지요. 김정희, 이귀란, 정경옥, 최지현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습니다.
학년말이라 정기인사 발령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이 새로운 학교로 가셔야 되고, 새로 선생님들이 오시고 있었습니다. 교무실은 온통 부웅 뜬 기분이었지만, 한쪽에선 우리 신일 가족들의 그 모습대로 표시 안 나게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김미형 선생님이 지휘하는 리듬을 따라 선생님들이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마상학 선생님의 눈빛을 따라 교악대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의 연습연주가 이어지고, 최지현 선생님은 디지털캠코더를 들고 부서마다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그날은 오후였습니다. 심호섭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학교로 떠나시는 여러 선생님들을 위한 이임식이 운동장에서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선생님들은 모두 본관 교사 뒤편 시청각실로 모였답니다.
시청각실 앞에는 정보실에서 프린터로 곱게 뽑은 “김미자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얀 종이에 쓴 현수막이 붙고, 벽에도 아쉬움의 글귀들이 걸리고, 커튼을 모두 내린 은은한 식장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박향순 연구부장님의 사회로 퇴임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심경빈 선생님이 이해인 시인의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라는 구절이 나오는 “단추를 달듯”이라는 시가 낭송되었습니다. 그리고 허재희 선생님의 가야금병창, 마상학 선생님과 교악대 학생들의 연주가 퇴임식장의 분위기를 촉촉이 적셨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의 합창이 피아노의 선율에 맞춰 잔잔하게 흘러나왔습니다.. 저마다 예쁜 얼굴로, 아름다운 의상으로… 그런데, 몇몇 선생님들은 입은 벌리는데 노래 소리는 자꾸 작아지는 것이었습니다. 눈물을 참느라 소리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선생님의 무릎 위에 놓인 대바구니에는 84명의 고운 손에 의하여 색색의 장미꽃들이 한 송이씩 꽂히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다시 만나요… 식장은 아연 침묵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회를 보는 연구부장님의 코 밑에서는 낙수물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스크린에서는 김미자 선생님의 교직 앨범이 한 컷, 한 컷씩 떠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제주도 바닷가 학교 시절의 병아리 교사 모습부터 경상북도 봉화에서의 긴머리 시골 처녀선생님의 모습으로 제자들에게 사랑을 연료로 젊음을 불태우던 모습, 그리고 완숙한 교사로서 오마중학교와 신일중학교에서 후배교사들의 앞에 서서 교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시던 모습들이 영상으로 스쳐 지나가면서 식장의 분위기는 어느덧 극점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부서 선생님들이 인터뷰한 영상물이 천연색 화보를 넘기 듯 생생하게 펼쳐졌습니다. 처녀, 총각 선생님들이 인터뷰 할 때의 쑥스러워하는 모습, 센티한 선생님의 눈물보가 터지기 직전의 불안함, 그리고 행복을 빌어드리는 동료 선생님들의 마음 들이 밀물이 되어 들어오고, 썰물이 되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3월1일자로 적성종합고등학교 초빙교장으로 떠나시는 교장선생님의 인사, “내 동갑내기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퇴임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부럽고, 아쉽기도 합니다. 김미자 부장님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새로 부임하여 수업계를 맡게 되는 부산에서 온 신규 김수진 선생님에게 마이크가 넘어갔습니다. 눈물을 곁들인 그 한마디 “교직에 처음 들어오면서 정말 인상적이고, 따뜻한 그리고 감격적인 장면이라는 멘트가 마이크를 타고 밑줄 그은 메조소프라노음처럼 내 귀를 진동시키면서 아쉬움 속에 아름다운 퇴임식은 끝이 났습니다.
그것은 마치 서쪽 바다로 태양이 지고, 새로운 별이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의 교직생활 동안 보아온 수많은 퇴임식 중 가장 단촐하였지만, 광채가 나는 퇴임식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이 따뜻한 교사들이 모여 색깔있는 사람나무들을 키우고 있는 신일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만이 느껴보는 장면이었습니다.아쉬웠지만, 가슴이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존경하는 김미자 부장님! 신일중학교 평교사 대장님! 이제 교직의 자리를 툭툭 털고 새로운 인생길로 들어가시는 선생님의 또다른 여로에 행복의 징검다리를 가장 멋지게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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