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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얼마 전까지
함께 산울림 소리를 들었을 때까지
그 소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소리였었다.
종달새 소리 같기도 했고
이제 막 예쁨이 싹튼 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귓불에 손을 갖다대고 감상하고 있노라면,
환상인 듯 몽환인 듯,
동화에서나 영화에서나 나온 그 사람들처럼,
청초하고 깨끗하여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는 사람들처럼
나도 그렇게 된 줄로 느껴 행복하였었다.
어느 새 산울림 옆에 짓고 살던 집이 스러져 가고
공허하게 등산객들 발걸음만 남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들 날개돋힌 듯 자유롭게
내 가슴에 자국을 하나씩 남기고
산도 날아가고,
너도 날아갔다.
산은 산이되 산울림이 나지 않는 산은 산이 아닌데.
나는 산울림이 그윽히 퍼지던 기억에
내 발목을 묶고,
너희 어깨에 돋아난 날개를 애써 외면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쓰러운 영혼이 되었다.
어느 날, 나도 너희들처럼 날아가 보려고
산등성이를 치달아 올랐다.
들개처럼 구덩이를 파고,
오래도록 키워왔던 너희들을 묻은 후 한참을 울었다.
그리하여도 성이 차지 않아 구덩이 위에 불도 지폈다.
그날은 연두빛 하늘빛 산울림이 소스라치게 공포스러웠다.
어디선가 불씨가 날아왔다는 소식을 오랜 후에야 들었다.
신들린 무당처럼 불길은 산을 태우고 또 태웠다.
산이 타고, 산울림이 타들어갔어도
내 날개는 돋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괴로움에 못 이겼는지
불길의 뜨거움에 못 이겼는지
산이 타기 시작할 즈음
완전한 들개가 되어 흉가로 돌아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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