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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결혼 기념일이
있을것이다.
우리는 기념할것들이 참 많은것같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그리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되는 결혼 기념일날,
그리고 부모님 생신,혹은 돌아가시면 제삿날,
또 자녀가 태어나면 자녀들 생일,
정말 기억할것도 많고 기념해야할것들도 많다.
벌써 우리도 결혼해서 함께 살아온 세월이 어언
14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특별히
우린 결혼 기념일을 챙겨오지 않았다.
여행도 한번 안갔고,선물도 한번 주고받지 못했고,
특별히 추억할것이 없다.너무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왔었기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런 이벤트도 준비하지 않고
살아온 서로에게 문제가 있었던것 같다.
우리네 대한민국 남자들 40대 이상이 거의 그렇듯이
아주 오래전 티브이 프로에서 결혼 기념일이란
주제로 부부들이 나와서 토론하는 것이 있었는데
어떤 남편은 결혼 기념일이면 카드에 心자를 크게 써서
선물 한다고 하고 어떤 남편은 종이에 100,000원이란
글자를 써서 선물한다고 하고,또 어떤이는 매년
목걸이나 반지를 선물 한다고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발언을 한 남자는
결혼은 똑같이 하고선 왜 여자들은 남자에게 선물을
받을 궁리만 하는지 모르겠다기에 정말 즐겁게 웃었던 적이
있었다.
이번 결혼 기념일은 내겐 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지난 3월3일이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었다.
아침 상을 차려주면서....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오늘이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란 날짜만 상기시켜주고는
말끝에....봄도 돌아오고 했으니 이쁜 옷한벌 사주면
정말 좋겠네....혼잣말로 말끝을 흐렸는데,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무뚝뚝하게
출근을 서두루는 남편 배웅을 하고는,하루 해가 뉘엿뉘엿해질
즈음 띵동 하고는 "택배회산데요"
하길래,우리집 물건 시킨거 없는데요 하니
자꾸 문을 열어달란다.
현관문을 열어주고 보니,남편 이름으로 배달되어진
네모난 상자.
남편에게 온 것이겠거니 싶어 뜯어보지도 않고 테이블에
올려 놓고 눈길도 주지 않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미리 전날 레스토랑에서 아이들과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짱구의 중학교 입학 축하도 해주고 겸사겸사 우리의 결혼 기념일 축하도 했었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같고, 물론 내 이름으로 온 물건이라면
자신있게 뜯어보겠는데,남편이름 앞으로 온것이라....
짱구에게 "아들!이거 혹시 아빠가 엄마한테 보낸 선물 아닐까?"
하니 대번 우리 짱구 하는 말
"설마요,아빠가? 그럴리가 있겠어요? 기대 하지 마세요."
"허기는~~~"
조금있으니 띠리리~~남편의 전화,
집으로 배달된 네모난 상자를 뜯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시스레 상자를 개봉하니,
내 두 눈이 휘둥그레~~~ 아니 세상에...
살다보니 이런 감동이 물결칠때도 다 있네,
우리 너구리가 이렇게 나를 감동 시킬줄이야....
너무 놀래서 잎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평소에 정말로 갖고 싶었던 진주 목걸이..그리고 향수가
들어있었다.
디자인이 내 맘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너구리가 내게
보낸 선물에 무주건 감동,또 감동(물런 선물을 자주 받아본
아내들은 왠 호들갑이야 하겠지만)
그리고 선물과 함께 나를 더욱 감동시킨건 카드에 쓰여진 문구....
우리의 결혼 기념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늘 내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당신!
말은 안 했지만 고맙고 사랑해,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가슴이 찡~~하니 아린것이 눈물도 핑그르르 돌고,
왠지 목이 메이는것이,영 아들앞에서 표정 관리가 안되니
"엄마 그렇게 좋아요? 하기는 아빠가 엄마한테 워낙
선물을 안해주고 살았으니 감동할 수밖에요"하며 놀린다.
당장 문자를 날렸다.
땡큐!!감사~~나두 당신 사랑해유~~
그러고 며칠이 흘러.....
저녁에 집에 들어온 울 너구리 하는 말,
"그 목걸이 반품해야겠다, 미안해.
다음에 더 좋은거 사줄께 암튼 이유는 묻지 말고 "
며칠 목에 걸고 친구에도 자랑하고 아이들에게,
동서에게,시어머니에게 자랑했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고,어쨌든 요즘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신종 사기에 걸려들어
사게된 물건이니 반품하기로 했다면서
며칠 그것 때문에 카드회사와,물건 판 회사와...택배회사와
실갱이 하다가 머리 뽀개질뻔 했다고 하니,
"그럼 할 수없지 뭐,그래도 물건 보다 더 소중한 당신
마음을 받앗으니 그걸로 만족하지요 뭐.
어쩐지 이제야 얘기지만 목걸이가 좀 싸구려티나고
촌스럽더라니....그래도 당신이 선물 해준 그 자체가 고마워서
암말 않했는데 잘됬네, 담에 더 예쁜거 사줘요"
물건에 비해 터무니 없는 돈을 날리게 될뻔했던
아찔한 사건이었지만,잘 해결이 되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조금 미안했던지,봄 옷 한벌 사준다고 하길래
함께 나가 쇼핑도 하면서 앏은 점퍼와 니트 가디건,바지를
사게 되었다. 물론 요즘 옷값도 만만치 않치만....
정말 봄인가 싶어 얇은 옷을 사놓고 보니
동장군의 시샘인가 도로 날씨가 추워져서 옷장에
보관만 하고 아직 입어보질 못하고 있다.
어서빨리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부드러워야,
너구리가 사준 옷을 입고 나들이를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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