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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채팅으로 유혹한 그녀는 섹스가 끝나자 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난 다 자란 어른이 우는 모습을 tv,나. 소설 속의 이미지로만 봤을 뿐. 굉장한 이질감을 느끼며. 짜증이 날려던 참이었다.
-이봐. 왜 갑자기 우는 건데?
-.....
-너무 좋았냐? 이상한 여자네.
-내 이름, 민영이라고 하는데...
별다른 감흥이 없이. 그저 가벼운 섹스 파트너인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며,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를 달랠 별다른 수도 없고, 또, 특별히 민영이라는 이 별난 여자아이를 미친 년이라며 쫒아낼 생각도 없었고...즐겼으면 끝. 아닌가?
-얼마전에 낙태를 했거든. 엄마가 자꾸. 묻는거야. 어떻게 된거니? 누구야.
흥. 청승맞은 신세타령.
남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지만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일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락하는 순간에도 남아있는 죄책감. 대신 나의 비밀로 묻혀버리는 사연들이라니. 나의 짐이 된다.
- 나. 사실은 양아버지의 아이를 가졌었어.
밖은. 벌써 어두워. 가로등 불빛이 창으로 조금 세어 들어왔고. 그 어두운 방 안에서 그녀와 나 둘은
시덥지도 않은 비밀을 털어놓으며...한심한 삼류같이 꼬인 이야기말야. 조금씩 훌쩍여 가면서.
-자취방에 가끔 찾아왔어. 첨엔 다정한 분. 젊고 잘생긴 사람이어서 호감도 조금 있었거든.
조금씩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도 같아. 이 아이와. 그. 뻔하고 흔해빠졌지.
-너희 어머니는 아니?
-아니, 몰랐으니까 결혼을 했지. 둘이서.
-임신한 걸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아. 죽고 싶었어. 첨엔 죽고 싶었고, 나중엔 그냥 죽이고 싶어졌어. 죽는건 쉽지 않았으니까.
재미없어...그 사람을 죽이지. 그랬어. 그냥.
- 나를 포기 할 수 없었던 건. 묘한 중독성이 있는 삶 때문이었어.
민영이라는 여자아이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벌거벗은 채 담배를 물고 뻐끔거렸다. 감정이 진정이 된 모양인지. 눈물은 거의 말라있었다.
-세번째, 자살시도를 했을 때. 난 깨닳아 버렸어. 난 죽을 수 없단 걸, 그리고 나의 상황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거라고. 엄마의 애인이었던 그 남자는 계속 나를 찾아왔고, 우습게도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그가 나를 겁탈했다는 사실보다. 더 혐오스러웠어. 나에게. 비가 오던 그 날에 나는 다시 몸을 단장하고 그를 기다렸어.
털썩. 몸을 다시 침대에 기대고. 민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너에게 하냐면, 누가 이 일을 알아주고 나를 동정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 왜 내가 그녀에게 상처를 냈으며, 그의 아기를 죽일 수 밖에 없었는지.꼭 말하고 싶었어.
-그래.
난 별다른 말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밤이 가고 달이 지고, 사랑이란 건 더러운거야. 라며 속으로 세번쯤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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