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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깬 내 이야기
꿈에서 만난 첫사랑 이야기이다.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에는 이런 말이 있다.
꿈은 유의미하다. 꿈은 원망충족이다. 꿈은 무의식에 존재하는 의식이다.
정신분석학자의 설명에 의하면 애정결핍에 의한 원망을 충족하기 위한 무의식이 의식화하여 꿈에 발현하니 이는 단순히 꿈이 아니라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나는 좀처럼 꿈을 꾸지 않는다.
그리고 설령 꾸더라도 자고 나면 머리에 주저앉아서 상기되는 꿈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내가 꿈을 꾸면 애들 꿈은 개꿈이라고 하듯이 개꿈같은 꿈이었지 어디 꿈같은 꿈을 꾸어본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간밤에 꿈을 꾸었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고 또렷한 꿈을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꿈속에서 헤매고 결국은 꿈꾸느라고 습관처럼 다니는 새벽에 혼자 달리기도 갈 수가 없었다.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제의를 하고 전화 속에서 그녀와 나는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못해 꿈속의 전화에서 이곳으로 저곳으로 장소를 정하다 바꾸다 그러다 시간을 서로가 맞추지 못하여 내내 전화에 매달려 애를 태우는 정말이지 사춘기 같은 심정과 사춘기 같은 일로 가슴을 조이는 말도 안 되는 꿈이 꿈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다 만난 곳은 잔치 집처럼 손님들이 북적이는 그녀의 집이었고 나는 손님처럼 그 집에서 머물다 작별도 없이 나온 별로 이야기 같지도 않은 이야기로 끝이 났다.
그 시절 그녀의 집은 내가 학교를 다니는 길가에 있었다. 굳이 그 길로 아니 가도 되나 어쩐 일인지 나는 그녀의 집 앞으로 다녔다. 언제나 닫혀있는 그녀의 나무 대문 속을 곁눈으로 쳐다보며 다녔다.
마치 홍난파의 "그집앞"처럼 그렇게 그 집 앞에서 기웃거리는 그 집을, 한번도 들어가 본적이 없는 그 집을 꿈속에서 들어가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꿈속의 상황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과거란 내가 열병을 앓던 그 학창시절의 과거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가 두 번째 다시 만난 미혼의 성인이던 그 시절인지 아니면 현재인지가 불확실하였다.
정녕 나에게 중요한 것은 꿈의 상황이 프로이드의 말처럼 유의미하다면 언제인가는 나에게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나에게 그녀에 대한 추억과 혹 다시 재회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아직도 상존 하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금아 선생의 인연이란 수필이 있다.
열 일곱의 봄에 만났다는 아사코와의 인연을 잔잔한 그리움으로 그린 글이다. 난 이 글을 하도 많이 읽어 거의 외운다. 어제 밤에 금아 선생의 인연을 또 읽어보았다.
마지막 구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내가 이 구절을 되새기는 이유는 얼마 전에 아주 우연히 만난 그 옛날 소학교 시절의 여자 친구가 그녀의 전화번호를 준 까닭이다. 물론 내가 달라고 하니 그녀는 주면서 그녀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면서 주었다.
나는 그 번호를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다.
전화를 걸 용기가 없어 걸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나지 않아도 목소리라도 들어볼 수는 없을까?
어제는 꿈속에서 그녀를 만났는데 전화라도 걸어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던 하루였다.
그녀와 난 학창시절에 만났고.
그후 성인인 시절에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 두 번의 만남으로 추억만 남았지 우린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 서로의 가슴에 상처만 주고 헤어졌다.
나에게 인연이란 그녀와의 만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아의 글처럼 나도 세 번째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꿈은 유의미하다고 했지!
꿈은 애정결핍에 의한 원망충족의 발현이라고 했지!
아! 꿈이라도 다시 꾸자.
꿈이여 다시 한번........
2000. 05. 24.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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