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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왓장에 은행나무가 걸터 앉았다
햇살은 구름속에 잠자고
들녁은 푸른 껍질을 벗어 던진체
구멍난 갈색옷 갈아입고 몸을 움츠리고 앉아
빈 하늘만 올려다 본다
시멘트 길바닥 블록 위
제 각각으로 수채화를 그린 은행잎들
바늘 끝 처럼 뽀족한 냉기가 다리를 훍고
담 너머 똥개 우짖는 소리가 고향 냄새다
언제부턴가 시골 한자락에도 은행나무가
가로수 되어 길바닥에 노오란 물을 들이고
간판도 은행나무집이라고 걸었다
가을이 무륵 익었다
2004.11.13. 산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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