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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오후
땅위에는 유리창이
조각조각 앉아 있다.
오랫만에 나무들은
흑백사진 찍느라
거울 속에 제 모습 비춰본다
비 개인 땅 바닥엔
키 작은 보랏빛 꽃들이
아이들 웃음 마냥 뚝뚝
마구 흔들어 대고
비 내리는 밤이면
아스팔트는 바다가 된다.
썰물과 밀물 속에
가로등. 푸른 가로수, 빨간 신호등
작은 자동차 물길질치면
네온싸인 불꽃으로 파도가 인다,
바위가 없는 외로운 바다
높은 삶의 골짜기에도
깊은 바다가 있다
어머니 가슴같은 깊고 깊은
마르지 않는 눈물처럼
흘러 가는 강물이 있다.
비 개인 오후에는
흑백 사진 찍는 찰칵 찰칵소리에
발자국도 조심 조심
유리창이 깨어 지지 않게
외발로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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