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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서 있는 나무
오봉저수지 물 속에 나무가 서 있네 우두커니, 겨울을 보낸 바보 천치 같은 사내, 머리도 팔도 없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가슴 쿡쿡 찌르는 오후 두시를 바라보고 있네, 하나도 애태우지 않아도 찾아온 봄볕, 봄바람도 욕심 없이 모두 세상으로 날려 보내네, 얼마나 더 견뎌야 죽음의 등짝이 편안할까, 봄은 호수 중심에 넓고 푸른 원을 만드네 저 물결, 하나도 달콤하지 않고 두근거리지 않네, 나무는 입 속에서 몇 편의 구름을 끄집어내 그 위에 천천히 시를 쓰네, 물 가장자리로 슬며시 그것을 밀어 놓네, 너무 아득해 읽을 수 없는 저, 반짝이는 문장들…
나무는 오늘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구름들은 호수 안에 또,
잔잔한 호수를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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