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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기름진 머리카락 가지런히
빗어 올린 것은
우주를 향해 감각의 더듬이를 세워
작은 흔들림도 감지하는 능력이라고
반듯한 이마를 가로지른
골 패인 주름은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존재에 대한
고집이라고
핏발선 붉은 두 눈은
인간에 대한 분노와 사랑 그리고
거짓과 진실 사이인 교착선을 찿아 지세운
수 많은 밤이라고
꽉다문 입술은
격렬히 소용돌이 치는 영혼을 잠재우는
당신의 인격이라고
구릿빛 피부는
낮은곳으로 향하는 당신의 발걸음에서 묻어나는
현실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나의 서툰 말솜씨와
기질적으로 얼룩을 찿고있는 나 자신을
섧게 설웁게 울며 당신을 향한
나의 외침이었습니다
아! 내가 꺼집어 올 수 있는 모든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한 시절도 견디지 못하고 거짓은
부정 할 수 없는 진실로 다가왔기에
시인이여
나의 진실 속에 숨겨둔 거짓, 곧 진실은
가을날 들판을 바라보는 당신이 아니라
겨울과 봄 사이에 씨앗 주머니를 들고
밭고랑 사이를 누비는 모습입니다
당신은 구름이나, 별, 산, 꽃 등에게 던진
질문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미
정답을 손에 움켜 쥐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신은 기다림을, 인내를 몰라
당신 노래는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허나 나는 당신을 기억 할 것입니다
나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감추며
당신에게 어울리는 또 다른 말을 찿아
떠나고자 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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