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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눈부시게 푸른날
오전 열한시 이십분
두 아들의 손을 꼬옥 잡고
그렇게 아버지께서 구름타고
천상으로 가셨습니다.
뇌경색에 치매까지 합쳐 갑자기 쓰러지셔서
나흘만에 우리 곁을 꽃신 신으시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훨훨 날아 가을 하늘길을 가셨습니다.
당신 갈 길을 아셨는지 추석쉬고 어머니께
은행과 통장 비밀 번호를 다 갈켜 주시고
가까운 친지들의 안부를 물으시고 주변의
친분이 두터운 분들을 찾으셨다 합니다.
추석날 큰댁에 차례를 지내려 가시면서 남동생에게
내 죽거들랑 화장해서 산천에 뿌려 달라고 몇번이나
다짐다짐 하시고 내 죽고나면 너희들 다 잘되거라면서
남긴 말씀이 유언이 될줄 몰랐습니다.
평소때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늘 노심초사 하셨고
항상 옛선비님들의 고고한 그모습 이셨는데
유독 술을 좋아하셔서 늘 그게 탈이라면 탈이였습니다.
젊었을땐 말술을 드셨던 아버지
소주도 댓병으로 드셔야 성이 차고 최근엔 당뇨로
술을 끊다시피 하셨는데 추석날 술한잔 대접해 드리지
못한게 한이 됩니다.
장례식 치룬날 밤 여동생 꿈에 드레스를 입은
천사 두명이 나타나 아버지를 인도해 갔다하니
분명 좋은곳으로 가셨을 것입니다.
잠이 드신듯 편안한 모습으로 그렇게 가셨고
무엇 보다도 많은 고통을 겪지 않고 가셨기에
슬픈 와중에 그래도 마음이 가볍습니다.
이제 홀로 남으신 어머니
아버지께서 갑자기 가셨기에 아직 정신을 가누지
못하시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동네에서도 항상 같이 다니시기에 잉꼬 부부라는
별명을 얻으셨다는데...
아버지의 빈자리가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입관 하기전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련거리지만
그 모습도 잠든 모습이기에 아직도 어디선가
주무시고 계신다는 생각밖에.
아버지께 못다한 부분들을 어머니께 또 미뤄 봅니다.
효도란 자식된 도리로서 걱정 끼쳐 드리지 않는게
큰 효도지 싶은데 참 그게 어렵습니다.
아버지께서 가시면서 제게 많은 공부를 또 가르켜 주고
가셨습니다. 인간관계...이십년만에 만난 친척 오빠들...
또 아저씨들...몇년만에 만나는 친사촌들...외사촌들.
딸들은 출가 하고 나면 남이라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 부분 들이었습니다.
자주 만나자고 다짐들은 했건만...
아버지 가신길에 머리를 조아려 봅니다.
아버지 천상에선 아프지 마시옵소서.
당뇨땜에 늘 다리를 아파 하셨거든요.
2003.10.6.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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