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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소모임 토론시간에 자칭 여성해방전사들과 얘기를 나누며 아주 요긴한 사실 하나를 배웠다. '여자를 여자로 보지말고 사람으로 보라.' 내 본능이 원하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들로부터 훨씬 수월하게 달아날 줄 알게 된 것도 그 이후였으리라. 그런식으로 세월이 훌쩍 뜀뛰기해온 지금 나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있다. '이 여자는 사람으로 보기가 너무 힘들구나. 이 여자가 온전히 사람의 모습이도록 혼신을 기울일수록 나는 스스로가 더욱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녀
빛나는 눈동자
놀란 가슴에 더 놀라서
고개를 돌린다
잘못하면 낭패를 보겠군
'나는 참으로 당신이 미워요'
와
'나는 참말로 당신이 좋아요'
가
저 눈빛 속에 같이 들어있다
스무살 때 나는 딱 한번 저런 눈빛을 본 적이 있다
이마가 불처럼 뜨거웠다
죽음처럼
자기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느꼈다
두려웠다
빌어먹을,
강산이 변하고도 다시
저 눈빛을 맞이한 나는 어쩔 줄을 모른다
아니, 뒷걸음치다가 이제 막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산길을 달려 집으로 향하는
소년의 푸르스름한
숨소리,
창백한 달빛이
구슬픈 소쩍이
다 엿보는 걸
어찌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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