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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내가 살고 싶은 삶
나에게는 작은 욕심이 있다. 이들을 작은 것이라 하면 모순 됨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작은 욕심이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욕심이다. 나는 이러한 욕심이 용서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내 욕심이 무엇이냐 하면 검소한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다. 수많은 재화를 벌어들여 이리 쓰고 저리 쓰고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 자리에서 자기의 분수에 맞게 근검절약하며 사는 것이라 믿는다. 나는 내 처지에 알맞게 , 옛날 상추에 밥을 싸 드시었던 정약용 선생처럼 간소하게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가 만약 아주 부유한 사람이 되더라도, 검소한 삶의 소중함을 잃지 않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음으로 내 욕심이 무엇이냐 하면 정신적인 것 ,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사람의 올바른 내면을 숭상하며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다. 난 그래서 무례하지만 신이 내게 어떠한 사람의 진실 된 마음과 아름다운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팔다리가 없더라도 마음이 깨끗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따뜻한 손으로 세상을 읽는 사람을 아끼고 보살필 줄 알며 , 배우지 못하였어도 높은 사상을 가진 이를 존경할 수 있기를 원하고, 가난하더라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을 훌륭히 여기며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세 번째로는 소신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가, 우리가 이만큼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한 선배님들처럼 소신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군부 독재에도, 가혹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진정으로 옳은 가치를 향해 끝까지 내달렸던 그 의지와 소신을 배우고 싶다. 자신이 옳다 믿는 것을 위해서 보장된 출세 길을 버리고, 힘겨운 투쟁의 역사 속으로 뛰어들어 악법과 잘못된 사회의 제도와 불의를 고치려 했던 선배님들의 단단한 삶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 육체적인 고통과 눈앞의 갖가지 유혹, 시련에 자극받지 아니하고 신념과 올바른 사고로 일관하는 자세의 삶을 닮고 싶은 것이다.
인권과 정의와 자유가 있는, 약자를 돕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선배님들과, 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전태일 열사를 존경하고 그들과 같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네 번째로는 항상 일치되고 조심스러우며 결단력 있는 언행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 입으로 말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고, 그보다는 실천한 뒤에 입을 열고 싶다. 언행이 항상 신중하며 그르침이 있지 않게 하고 , 그것으로서 만들어진 일이 설사 실패할지라도 올곧은 과정을 만드는 데 결단력 있는 요소로서 작용하길 바란다. 또한 나의 언행이 단지 화려한 미사여구로 채워져 있기 보다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쉽고 간결한 겉모습을 가졌다 하더라도 깊은 뜻을 가지고 있었으면 한다.
다섯 번째로는 배움의 기쁨을 한껏 누릴 줄 아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비단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요,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진리이다. 배움의 길이 어렵고 가끔 내가 아둔함을 느끼더라도 눈감는 날까지 고개 숙인 벼의 자세로 책을 읽으며 가벼운 것이 아닌 진실로 교양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렇게 하여 나는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고, 깨달았을 때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함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만약 내게 조금의 돈이 생긴다면 내가 배우면서 실제로 보고 싶었던 유명한 걸작이라든가, 가치가 높은 고서들이라든가, 석학들의 발자취라든가, 거대하고 웅장한 문화재들을 보기 위해 떠날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섯 번째로는 세상 곳곳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다른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보살필 줄 안다면, 부유하고 높은 지위에 올라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마는, 정말로 농도 짙은 삶의 향기를 간직한 수많은 이들을 만나는 것이 더욱 기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도 , 몽고, 티벳 , 네팔, 태국, 쿠바 ,뉴욕, 남부 유럽, 스칸디나비아, 남태평양 오지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황량하고 거대한 사막 위에 집을 짓고서 , 굶주림과 전쟁의 존재 속에서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만나 내가 가진 빵과 우유와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어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일곱 번째로는 소명의식을 다하여 내 직업 활동을 수행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는 이곳저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을 갖기를 소망하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 노력하고 있지마는, 내가 과연 그 직업을 선물 받았을 때 직업 정신을 나의 숨쉬는 육체와 재물보다도 소중히 여길 수 있을지 아직은 의심이 든다. 그래도 나는 돈을 수없이 벌어들이고, 힘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직업보다는 첫째, 열정적으로 매달릴 수 있고, 둘째,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셋째, 지식과 교양과 깊은 사고를 요구하며, 넷째, 나의 가치관을 표명할 수 있게 하는 직업을 갖고 싶은 욕심이 있다. 누군가는 내가 아직 자라지 못하여서 그런다고 하지만, 내가 신념을 가지고 거짓 없이 진실 되게 수행한다면 나의 직업 생활이 항상 경제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여도 기쁠 것이라 믿는다.
여덟 번째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할 때 행복을 느끼도록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이 단순히 남녀라는 말로 표현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싶다. 또한 두 사람이 맺는 육체적 관계가 사춘기 시절에 느꼈던 호기심으로서의 관념을 넘어서 탄탄한 믿음과 배려 위에 생겨나는 산물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행복해하고, 뒤에 든든한 마음의 후원자인 내가 있다는 사실에 항상 자신감을 갖고 행동하길 바란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의 가족들을 내 가족처럼 여기고, 올바른 그네들의 가풍을 공경하고 싶다.
아홉 번째로는 나의 뿌리인 조국과 부모에 대해서 감사하게 여기며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타국에서 생활한 나머지 그 나라를 자신의 나라라고 여기기도 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나는 그런 불행한 자아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조국이 가난하고, 지금은 밝지 못한 미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조국을 위하는 나의 마음이 내 조국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반만년 역사를 살아오는 동안 훌륭하신 선조들을 모신 위대함을 믿는다. 또한 만약 내가 타국에 보금자리를 두게 되더라도 언젠가는 꼭 조국으로 돌아와서 흙을 밟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길 바란다. 나는 이국적이라 하는 신비롭고 새로운 감정도 내 조국의 향토적인 내음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또한 나를 만들어주신 부모님에 대해서, 부모님이 나에게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당신들의 아픔까지 이해할 수 있는 자녀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는 내 부모님이 행여나 나를 염려하여 말씀하시지 않는 그것들까지 이해하여, 여태까지 성심성의껏 내 자아가 성숙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주신 그분들께 보답이라 하기에 너무 작은 보답을 하고 싶다.
이제 마지막 말을 하려한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계속적으로 갖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 어떤 힘에도 좌우되지 않고, 항상 삶에 대한 고찰을 감사하게 여기며 생각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 나의 자유로운 생각의 연속들이 끊이지 않길 바라는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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