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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望月峰에서 바라본 大海와 강진 기행
3-1 망월봉 산행과 白島의 尤庵 宋선생님 냄새(1)
날이 새기도 전에 창 밖에선 닭이 높고 우렁찬 소리로 아침을 알린다.
아무리 이불을 덮고 참으려도 그 큰 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들리니 도저히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창을 열고 내다보니 창가에서 계속 울어댄다. 저리 가라고 소리를 쳐도 10번을 울더니 스무 번을 더 운다. 수탉 한 마리에 암탉은 한 마리도 없다. 금년 봄에 들어 온 벼슬도 안 난 어린 암탉만 스무 마리쯤 데리고 사는 홀아비 수탉이다.
저놈도 이 아침에 임이 그리워 우는 모양이구나. 언제 저놈의 병아리를 키워 님을 본단 말인가.
며칠 전에 배운 정선 아리랑 생각이 나는구나. 조혼편이라고 있는데 여기에 한 구절만 옮겨보리라.
조혼이란 어린 서방을 맞은 색시의 한을 노래한 이야기이다.
<조혼편>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도는데
우리 집의 서방님은 날 안고 돌 줄 왜 몰라
정선읍내 백 모래 자락에 비오나 마나
어린 가장 품안에 잠자나 마나
노랑머리 파뿌리 상투를
언제나 길러서 내 낭군 삼나
저것을 길렀다 낭군을 삼느니
솔 씨를 뿌렸다 정자를 삼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할아버지께서도 닭소리에 깨셨는지 일어나시자마자 닭 모이를 들고 닭장으로 가셨다. 그제야 울음이 그쳤다.
아, 저놈은 밥 달라고 울었구나.
그러나 우리 백구는 짖지를 않으니 밥이라도 얻어먹는지 모르겠구나. 그 백구는 내가 다가가니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참 개치고는 영특하구나. 주인 따라 왔다고 짖지 않은 개는 날 생전 처음 보았다. 백구야 기다려라 우리 아침밥 먹고 네 아침 챙겨주마.
새벽 6시에 우리는 망월봉으로 달대신 해를 보러 갔다. 할아버지는 집 뒤로 오르는 길을 포기하고 차를 타고 선창구미쪽 전망대로 가자고 하셨다. 여기서 대풍구미 선창구미의 구미란 포구라는 옛말이다.
여담으로 내 고향 마산 합포라는 포구는 몽고가 대일 정벌을 갔다가 가미가제라는 신풍을 만나 대피한 곳인 반구미라고 불렀다.
등산로를 개설했다는 조망이 좋은 길로 안내를 하셨다. 차를 해안도로에 세우고 해안의 절벽 아래로 온통 상록활엽수가 수해를 이루고 수백년 묶은 동백나무는 그 등걸을 기둥처럼 내 비추고 희희낙락 서 있었다.
망월봉 산길에도 상록활엽수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거제도 동백 숲은 새끼 동백 숲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치 자연수림이 아름답고 양호하였다. 등산로에는 소사나무 가시나무 희양목 새밤나무 그리고 동백나무는 길 시작부터 산정까지 들어차 있었다.
동백이 해발 364m인 정상까지 사는 곳은 이 섬밖에 없으리라. 과연 김선도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자기 집은 동백나무 집이라고 이름 붙일 것이라고 하드니 이곳은 동백이 온 마을에 자생하는 곳이다.
산 들머리에서는 휘파람새가 아름다운 소리로 우리를 환영하드니 중턱바위에 오르자 흑비둘기 한 쌍이 바위 사이로 휘돌아 나갔다.
날은 어느덧 훤히 밝아 내려다본 바다는 그 잔잔함과 푸르름과 그 크고 넓음을 다 보여 주고 나는 그저 시원함과, 광활함과, 거대함에 넋이 빠져 한동안 멍한 채 서 있었다.
맑고, 푸르고, 상쾌한 이런 일상의 단어로는 표현이 닿질 않으니 이를 두고 만고의 문장가는 그저 한마디로 一望無際라고 하나보다.
한 40분이 걸려 망월봉 정상에 도착했다.
바위 하나가 산정에 앉아 정상을 이루었으나 올라가니 나무도 풀도 살고 돌탑도 서 있었다. 여기는 봉화대가 있었던 곳이었다. 제주도에서 봉화를 받으면 이곳에서 해남 땅끝으로 봉화를 올려 주던 곳이었다. 남녘으로 뽀쪽산과 보옥리가 보이고 진도 쪽으로 선창리 갯마을이 언덕처럼 흘러 엎어져 있었다.
김선도 할아버지의 설명에 의하면 선창리는 바다와 섬이 조화롭게 놓여있는 곳이고, 예송리는 천연기념물 상록수림이 있어 바다와 숲이 조화를 이룬 곳이며, 보옥리는 뽀쪽산과 망월봉이 있어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룬 곳이라고 하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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