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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보도블럭 위로 붉은 비가 떨어지고 있다.
주르륵 흐르는 붉음은 펌프질을 멈춰버린 내 심장.
때론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해 지고 싶었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싶을 때가 있었다.
보도블럭 위에 흐르는 죽은 피를 철벅철벅,
아무렇지 않게 밟고 나를 지나치는 사람처럼
솔직해 지고 싶었다.
검은 니트 슬리브리스와 마로 된 황토색 정장치마를 입은 나.
분홍색 아이섀도우와 죽은 피같은 립스틱을 바른 나.
그 곳으로 가는 나.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차들이 경적을 울리는 꽉 막힌 도로 옆,
붉은 비가 떨어지는 보도블럭 위를 걷는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치마 속을 누빈다.
짙은 화장으로 본모습을 가린 나는,
아주 가끔은, 글을 쓴다는 것에 회의가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한때는 내 산소통이라 생각한 이것이,
이제 내 몸뚱이의 짙은 향수 냄새로 얼룩져 숨을 콱 막히게 한다.
그래,
한때 우산이라 생각한 이것이 내 몸 속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일까.
이제 내가 우산이 되어 이것을 지키고 싶을 따름일까.
나는, 우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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