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농일기 7
비가 잠깐 그친 사이에 흩어진 농기구며 쓰레기들을 모아서 소각장이나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남은 음식찌꺼기는 밭자락 구석진 곳의 구덩이에 털어 넣고는 양수기 모터의 전원을 차단하면 집단속은 끝이 난다. 그리고는 굳이 자물쇠를 채우지도 않아도 되는데 내가 문단속을 게을리 해서 혹시나 불상사가 일어나면 내 책임도 없잖아 있는 것이니 현관문만 잠그면 되는 일이다. 일단은 잠그긴 해도 열쇠를 바로 출입문 입구에다 걸어두니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찾아내게 되어있다. 내가 열쇠꾸러미를 두고 가는 것은 내 마음이 부처 라서가 아니라 내가 편리해서이다. 열쇠를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필요시 금방 찾아낼 수 있고 혹시라도 내가 없을 경우 내 집에 볼 일이 있어 들어갈 사람이라도 생기면 나는 가지 않고 전화로 어디에 열쇠가 있으니 들어가서 일을 봐 달라고 부탁도 할 수 있어 마음 편안하니 그러한데 사람들은 나의 이런 행동을 보고 염려를 한다. 내 마음은 정말 그냥 열어놓고 다니면 좋을 듯 하다. 무슨 돈 되는 귀중품은 없고 무거운 것은 돌덩이(저번 주인이 주고 간 수석)와 가벼운 것은 오동나무 목침뿐이다. 다만 들랑거릴 적에 신발이라도 벗고만 올라가 준다면 내가 청소를 안 해도 되니 되는 일이다.
원지마을 사는 하선생을 만나기로 해서 나서면서 전화를 넣었더니 양천 강변에 물고기잡이를 나왔다고 한다. 내가 찾아가겠다고 하니 위치를 알려준다. 원지는 지리산 산청에서 흘러 내려오는 경호강과 합천 황매산에서 내려오는 양천강이 합류하는 강변마을이다. 그래서 이 지방사람들은 여름비가 오면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았다. 내가 양천 강변에 도착하니 하선생 일행은 벌써 민물고기를 그물에 한 가득 담아놓고는 또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양천강 물이 논으로 이어지는 수로근처에 차를 세우고는 한사람은 지하수로 위에서 그물을 들고 들어가서 지하수로 아래까지 밀고 내려가면 아래에서 한사람이 그물을 받쳐놓고 기다리다 쫓겨 내려오는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나는 수로가 지나가는 제방 위에서 흙탕물로 흘러 내려가는 강물을 저무는 들녘에서 바라보고 서 있었다. 수로아래는 수문이 있어 내려다보기에도 아득하여 어지럽다.
하선생 친구가 메고 오는 그물에는 내 팔뚝보다 굵은 메기 한 마리와 작은 메기 그리고 붕어 떼가 담겨있었다. 이미 잡은 고기들을 보니 가물치가 대여섯 마리 메기가 또 그만큼 씨알 굵은 참붕어가 큰 다라이에 한 가득했다.
그들은 고기잡이 이야기로 날 매료시켰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 진양호에 살던 물고기가 올라오면 이런 고기는 어김없이 잡힌다고 했다.
그들을 따라 간 원지마을에서 붕어알 조림으로 소주를 마시다 그만 취하고 말았다.
그들은 물고기를 깨끗이 장만하여 메기와 가물치는 하선생에게 또 같이 갔던 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나에게는 붕어를 담아주었다.
고기잡이 대장인 하선생 친구는 가물치 한 마리만 딸랑 남기고는 다 나누어주었다. 그는 고기를 잡아 나누어주기는 하지만 절대 팔지는 않는다고 했다. 고기 잡는 재미로 하는 일을 돈을 받고 팔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 사람이 돈을 벌어서 먹고살지만 돈을 버는 직업이 있고 살아가면 노는 재미인 취미가 있다. 취미가 벌이가 되면 그 순간부터 취미는 사라지고 업보만 남고 고생만 생기는 것이 바로 사람 사는 이치이다.
그래도 그렇지 그 물고기들은 돈으로 환산하면 그냥 돈이 되는 것들인데도...
밤이 이슥하도록 소주병을 깠다. 하선생 친구랑은 그날 초면이었는데도 사람 사는 맛을 느껴서 한층 소주 맛이 향기로운 밤이었다.
그래 사는 게 뭔데?
사람 사는 게...
2003. 07. 08.
사천의 두칠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