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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셋째날: 望月峰에서 바라본 大海와 강진 기행
3-1 망월봉 산행과 白島의 尤庵 宋선생님 냄새(2)
제주도가 흐리나 아득한 해무속에서 그 자태를 보여왔다.
섬은 크고 넓게 앉아있었고 산은 뽀쪽하지 않으나 낮은 구름 위까지 높게 솟아있었다. 직선으로 46마일이란다. 80km가 못 되는 거리이다.
대해의 수평선은 큰 원의 아치를 그려두고 하늘과 바다로 나뉘었건만 물과 공기의 경계는 보이질 않고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하늘이 높고 땅이 넓다고 하니, 바다는 깊다고 해야하나 여기서 바라보니 바다가 하늘보다 땅보다 크고도 넓어 보였다.
바다는 크고 하늘은 작았다. 우리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모습이었기 때문일까?
멀리 바다를 두고 섬들이 이어져 떠 있었다. 큰 섬도 있고 작은 섬도 있었다. 아는 데로 나열하면 좌에서부터 거문도, 어서도, 당사도, 장수도, 추자도, 조도, 진도, 그리고 땅끝이었다.
섬 이야기를 하니 생각나는 게 또 있다. 백두대간 이야기이다.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호남정맥을 타고 내리고 또 호남정맥에서 지맥을 타고 달마산으로 내리어 토말 즉 땅끝에서 이곳 바다 아래로 이어져서 보길도로 내려오고 격자봉을 지나 뽀쪽산까지 와서 바다로 내려 뻗어 제주도로 가는 큰 지맥의 기운이 바로 이 망월봉을 자나야 뽀쪽산으로 간다고 했다. 그리고 이 바다에 뱃길이 있어 목포로 가던지 진도로 가던지 또 황해로 가던지 또는 제주로 가던지 부산으로 가던지 아님 일본으로 가던지 이 곳은 해상의 주요 항로이기에 보이는 저곳에 작은 여가 있어 지금 해양부에서 철골공사로 등대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려다본 195m의 뽀쪽산에 중턱에는 돌 거북이 한 마리가 바다로 뛰어들려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망월봉에서 바라본 것은 달이 아니라 떠오른 해였고, 망월봉에서 기다린 것은 달이 아니라 다음에 이곳 보옥리에서 살고 싶다는 소원이었다.
연이 되어야 살겠지마는 내려가다 허물어져 빈집으로 남은 초가 삼칸 한 채를 둘러보고 왔었다. 집도 위치도 좋았어나 물이 없고 나무가 없고 땅이 메마르고 열린 땅이었다.
할아버지 댁으로 되돌아와서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어제 뵙던 친구 할아버지가 놀러 오셨다.
반주로 마시던 소주를 한잔 올리고 인사를 드리니 마치 나와 동성동본이었다. 항렬자가 나보다 한참 위라 그냥 할아버지가 되었는데 다음에 오면 아래 할아버지 댁에서 자라고 하신다.
방도 주고 밥도 줄 테니 꼭 낚시하러 다시 오라고 하셨다. 우린 낚시 못한다니 그럼 미끼나 구해오면 낚아서 먹여준다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떠나오면서 소주 한 대를 사서 드리고 아쉬운 작별을 드렸다. 제가 별로 재주는 없으나 글을 가끔은 쓰니 사진과 글 한편 보내 드릴 것입니다. 김 할아버지의 작은 소원은 아들 며느리 손자 중에서 시 소설 쓰는 문인 한사람 보는 게 소망이라고 하셨다.
보옥리를 떠나니 어제 왔던 길을 되돌려 단숨에 청별선착장을 지나 동쪽 끝의 백도리 백도바위 글씐바위로 갔다. 청별리 마을 뒷산의 언덕을 넘어서 동쪽으로 1.5km포장도로를 가다 삼거리를 만나 우측으로 가면 예송리 해수욕장으로 가고 좌측도로로 가야 백도리 글씐바위로 간다.
통리 해수욕장과 중리 해수욕장이 그림처럼 앉아있는 두 개의 해수욕장을 지나서 또 마을길 지나 비포장 산길을 2.5km가야만 바다 한 조각, 바위 한 덩이, 시 한 구절 볼 수 있는 백도 바위가 나왔다.
해안의 길 끝에는 평이한 바다 갯바위를 내려서 다시 바위로 오르니 크고 넓은 하얀 바위는 아니라 누런 색의 바위가 크게 세 단계의 높이로 들어 앉아있었다.
그 중간층에 바위벽이 서 있고 바래고 낡은 글씨가 縱으로 적혀있었다.
이미 야사 4편인가 에서 이야기한 우암의 시 한편이 남아 풍파와 세월에 풍화되고 탁본에 닳아서 겨우겨우 알아볼 따름이었다. 그래도 한자 한자 새긴 대로 수첩에 옮겨 적어 혹 잘못 적어 올린 사이트가 있으면 지적이라도 해서 글 갚음을 하려고 했는데 세상이 이처럼 넓고 빨라져 돌아와 맞추어 보니 틀린 자 한 자 없이 있는 데로 잘 적혀 있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우암의 후학 임관주가 제주로 유배를 가다 여길 들러 그 옆에 한자 적어 둔 글이 있어 여기에 옮겨 보았다.
東國有尤翁(동국유우옹) 이 나라에 우암이 계시니
題詩白島中(제시백도중) 백도에 시를 남겼구나
斯文後古厄(사문후고액) 유도는 옛부터 곤액이 따르는데
大老遭時窮(대노조시궁) 큰 어른에게 어려움이 닥쳤구나
留墨春秋筆(유묵춘추필) 남아있는 글귀는 춘추시대의 글인데
泣貂漢海風(읍초한해풍) 거친 바닷바람에 초구에 지는 눈물이여
孤臣無限感(고신무한감) 외로운 신하의 한없는 느낌을
天日照丹 (천일조단 ) 하늘의 해만이 그 붉은 마음 비쳤으리라
丁亥秋七月後學任觀周 정해년(1707) 7월 후학 임관주가
謫濟州登白島(적제주등백도) 제주도 유배 가다가 백도에 올라
見尤庵先生候風時詠(견우암선생후풍시영) 우암선생의 후풍시를 읇고
追亥石面前(추해석면전) 바위면에 다시 이어 새깁니다
感激次亥金兌慶(감격차해김태경) 감격하여 김태경
나는 백도 바위에 올랐다. 바닷가로 흘러나간 바위로 나갔다가 들어왔다 하면서 못내 멀리 찾아온 아쉬움을 부는 바람에 훨훨훨 띄워보내려고 했었다.
바다는 바람을 피워 너울을 만들어 흔들리고 있었다.
건너 소안도의 갯마을이 포근하게 햇살에 비치는 오후에 너른 바다에는 배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무료하기만 한 섬의 한적함이었다. 아무리 오래 있고 싶어도 저 너른 바다로 배를 띄어 본다면 있어도 보련마는 우린 제주 가는 유배 객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를 기다리는 사람도 아니니 뙤약볕에 가슴만 태우다 되돌아왔었다.
돌아와서 알아보니 중리해수욕장에 산다는 후박나무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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