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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꽃 보러 갔었다
가는 봄이 아쉬워서
산행을 갔다.
매화꽃이 지고
흑싸리가 져 버린
난초 피는 오월 산행을 갔다.
가야산 백운 계곡에
어느 해 늦은 봄
하얀 함박꽃잎이 처연히도
떨어지던 기억으로
가는 봄에
함박꽃잎이 다 질까
서둘러
산행을 갔다.
신록의 그늘에
시냇물이 흐르고
산 능금이 꽃잎을 뿌리기에
함박꽃잎도 흘러오나
자꾸 자꾸 조급하더라
한시간을 오르니
4월 흑싸리가 나오고
또 한시간을 더 오르니
3월 매화가 나오더라
내 나이가
몇인고 하니
조급한 마음은 쉰을 넘었고
산 오르는 마음은 마흔을 넘었으나
산에는 거꾸로 가는 달력이
그렇게 다녀도 모르던 달력이.....
가야산 백운 계곡에
함박꽃 보러 갔었다.
한시간 오르니
잎새 핀 함박꽃나무에
푸른 봉우리가 맺었고
또 한시간 더 오르니
이제 겨우 푸른 잎새
참새 주둥이처럼 내밀고 있었다.
가는 봄이 아쉬워
오월 산행을 갔었다.
산에는
5월 난초도
4월 흑싸리도
3월 매화도
봄철 석 달이
모여서 있었다.
2000.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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