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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甫玉里 望月峰 아래 金善道 할아버지랑
할아버지의 인생 담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예순 여덟 해를 살고 보니 이제 인생의 황혼이다.
살아보니 베풀며 살아야한다. 베풀려야 덕도 쌓고 베풀어야 내게 돌아온다. 덕도 쌓으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우직하게 황소처럼 일하고 노력해라. 나의 배만 채우고 계산만 하면 후회하는 인생이 된다.
할아버지께서는 자서전을 쓰고 계셨다.
인간을 바라보는 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게 인생이다. 인생 근본의 목적은 좋은 일하고 이름을 남기고 이상을 이루려고 그리고 자기의 일을 후세에 남기려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여기서 살아보니 젊었을 때 10년 한 일을 1년에 한 기분이다. 일하는 손처럼 무서운 게 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경상도에서 태어나 경상도에서 자랐다. 내가 알기로 경상도와 전라도는 문화적으로 많은 상이성을 가졌다. 그런고로 많은 이는 이 문화적 차이를 이질성으로 보고 또는 배타적으로 보아 이를 이해하지 못하여 감정의 표출로 서로가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가정에도 다른 문화가 있고 부부도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산 사람들이다. 알면 이해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되나니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면서 우리는 다르다고만 하여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 개인적으로는 다른 나라 문화에도 관심이 많고 그런고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쉽게 잘 어울린다. 특히 난 서울 사람보다는 전라도 사람 이해가 쉽다. 왜냐면 문화적으로 우린 남도에 같이 살기에 많은 점이 비슷하고 해안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런 시골에 가면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나 강원도나 다 같은 우리 시골의 인정을 같고 산다.
金林喆 보옥리 김선도 할아버지께 집 주변 산천을 구경하자고 말씀을 드리니 기꺼이 안내를 하셨다.
집 주위의 바위는 낟가리바위, 문무바위, 형제바위, 부처님바위, 대문바위, 문패바위, 아직 이름도 못 붙인 수십 개의 바위가 뒷동산 오솔길 위로 즐비하게 있었다.
망바위에 올라 보옥리 마을과 뽀쪽산을 바라보고 저 위로 백련사지와 보길도 종주능선과 망월봉을 보았다. 망월봉은 할아버지의 등산코스라고 하셨다. 혼자서 산길을 내셨다고 했다.
날이 어느덧 기울어 한바퀴 도는 코스를 따라 집으로 돌아와서 동백나무 그늘에서 앉아 휴식을 하고 마당을 보니 백구 한 마리가 혼자 묶여있었다. 백구는 혼자서 밥그릇을 공놀이 하듯이 놀고 있었다.
나는 남의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물릴까봐 무섭고 사람을 보면 짖어대니 시끄럽고 놀아달라 보채니 귀찮고 해서 그러하다. 물론 어릴 때는 좋아하고 키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저 백구는 내가 이 집에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짖지 않았다. 그래서 바라보니 잘 생긴 놈이었다.
그리고 정원 아래로 제법 큰 개울이 흘렀다. 여름이면 물소리가 집안까지 들린다고 했다. 위치가 높아 바다가 눈 아래로 보이고 뽀쪽산 좌우로 수평선의 바다가 보이며, 날이 맑으면 제주도가 정면에 나타나며, 밤이면 등대불이 수중에서 떠올라 반짝인다고 했다.
달과 별이 매일 밤에 뜨고 맑은 해와 푸른 바다가 보이고 작은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는 곳이니 여기를 보옥리의 김선도 선생이 되어 남은 여생을 살다 육남매중 들어와 살려는 자식 있으면 물려주신다고 했다.
김임철 할아버지께서는 이 마을이 고향은 아니지만 근처 마을에서 태어나 육지로 나가셔서 이제 나이 들어 혼자서 오셨단다. 할머니는 아들집 손자 봐 주신다고 아들이 모셔오면 잠깐 들렸다가 가신다고 혼자 살아도 불편하지 않고 외롭지 않으신다니 그만한 복이 어디 있겠냐며 행복해 하셨다.
할아버지의 고산 윤선도 이야기는 할아버지 어릴 때 할아버지께 들어셨다는 고전이며 口傳 이야기이니 정말로 귀한 이야기라 내 다 적어 왔으니 천천히 들어보시라. 물론 구전이니 정사라기보다는 야사이리라 덧붙인다.
그러나 正史보다는 夜史가 구수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고산 윤선도는 조선중기 선조 20년 1587년에 태어나 현종 12년 1671년 85세로 떠났다.
18세에 진사초시에 합격하고 20세에 승보시에 1등을 하였으며 향시 진사시에 연이어 합격을 하였다. 1628년 인조 6년에 별시 문과 초시에 장원합격 봉림대군 입평대군의 사부로 그 뒤 증광문과 병과에 급제 벼슬로는 동부승지, 예조참의까지 하고 정치적으로 열세인 남인 가문에 태어나 집권세력인 서인파와 맞서다가 패배하여 1634년 파직되어 전남 해남에서 지내던중 병자호란이 일어나 왕이 항복하고 적과 화해했다는 소식에 접하자, 이를 욕되게 생각하고 제주도로 가던 중 보길도의 수려한 경치에 이끌려 그 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1637년 제주도로 가던 중에 동풍이 심하게 불어 보길도의 동쪽해안인 소안도 해협을 가지 않고 서쪽 해안으로 가던 중 바람을 피하여 待風구미에 정박하였다.
여기를 바람을 맞았다고 하여 부른 이름이다. 동풍 다음에는 남서풍이 부니 이제는 배를 북으로 돌려 올라와서 보길도와 노화도 사이로 들어가는 해협이 좁은 바닷길로 접어들었다 하여 여기를 得門이라고 불렀다.
득문을 지나 장사도 앞 포구에 배를 내리니 여기가 황원포구로 청별과 부용동 골짜기의 입구가 되는 곳이다. 배를 내려 격자봉(적자봉)에 올라 산세와 자연경관을 살피니 과연 천하의 가경이니 멀리 제주도까지 갈 일이 없다고 하고 격자봉 아래에 낙서재를 짓고 살았다
세연정을 짓고 동천석실을 꾸미고 옥소대와 격자봉에도 오르고 풍류와 가경을 즐기고 가무와 시를 짓고 살았다. 이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은 생략하고 다음은 야사 몇 편을 올린다.
야산 일편
윤고산이 낙향하여 이곳에 올 때 나이가 41살이었다. 그는 가족는 한양에 두고 노비와 하인들을 데리고 왔다.
산세가 수려한 보길도는 사람 사는 놀이터로 만들고 건너 산이 낮은 노화도는 간척을 하여 농토를 만들었다. 그는 한양을 떠나 진도 임하면 굴포에서 간척사업을 하였다. 이곳에는 지금도 윤고산의 감사제를 올린다고 한다.
이때 만난 진도의 설씨 처녀를 데리고 와서 보길도에는 이목이 두려워 건너 노화도 石中里에 두고 왕래를 하였다.
어느날 밤에 낙서재서 해가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 생각해보니 분명 태몽이라 입을 다물고 급히 청별선착장으로 달려나갔다. 어서 석씨 부인에게 가서 합방을 하여 아이를 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혼자서 건너 노화도의 사공을 부르는 횃불을 올려도 어이된 영문인지 배는 날이 새도록 오질 않았다.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발만 동동 굴리다 날이 밝아 버렸고 하는 수없이 낙서재올 돌아와 어느 하녀를 불러 합방을 하였다.
마치 아들을 나으니 고산의 다섯째 아들인 총명하고 영특한 학관이라는 아들이었다. 그는 여기서 자란 아버지의 인품과 학식을 배웠으나 해남 연동 조상 문중에 가면 서손이라고 말석에 앉혔다.
어느 날 그는 가슴에 칼을 품고서 여러 어른들 앞에서 말하기를
"내 살은 비록 서인의 몸에서 태어났어나 이 뼈는 윤씨 가문의 것이오니 일가들이여 나의 살을 이 칼로 다 도려 주십시오. 나는 이 가문의 동량이 될 자신이 있는 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어른들 감읍하여 그날부터 서손을 면하고 제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면 윤학관에 대한 이야기는 보길도에 여러 곳에서 나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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