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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甫玉里 望月峰 아래 金善道 할아버지랑
차는 보길도 서편 해안도로를 타고 정동리 정서리 정자리 선창리를 돌아서 보길도 최남단인 전망대에서 남녘바다로 향해 소리한번 크게 질렀다.
낭떠러지 아래로 뱃길이 지나고 넓은 바다에도 물길로 부지런히 물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용암의 늪에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이었다. 바람이 드세고 비는 아주 가냘프게 내렸다.
바위를 내려서서 바다로 향해 내려갔다. 길은 벼랑길로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져 나있고 파도는 하얀 이빨을 날름거리고 저만치 지나가는 고깃배만 하나 둘 보였다.
여기서 제주도가 보인다고 했는데도 안개 같은 해무에 가려 바다에는 바람만 휙휙 지나가는 찬바람이었다.
바위를 타고 내려간 아우는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질 않았다. 웬만하면 내 특유의 낙천이 따뜻한 차 속에서 잠이나 자고 기다리련만 잠도 오지 않고 간다는 말 한마디 않고 가버렸기에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날씨라도 좋았으면 오던지 말든지 잠이라도 자고 나면 오겠지 할 것인데 기다릴 수가 없었다.
바위 벼랑을 타고 바람을 맞서서 바위아래 해안으로 내려서서 소리를 질러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어디로 갔을까? 저 아래 바닷물 속으로 쳐다보았다. 시체라도 보이면 건져야 할텐데 나 혼자서 뛰어들어 건질 수가 있을까?
바닷물이 너무 차고 파도가 거칠었고 무엇보다도 조수가 심하였다. 웬만한 바다 수영에 나도 자신이 있는데 부르는 소리는 바람에 밀려 바다로 가버리고 소리는 되돌아오질 않았다.
여기서 떠났나보다 시체도 아니 보이니 여길 떠나서 어디로 먼저 갔나보다. 혼자 올 것이지 데리고 와서 혼자 돌아가면 가족들 볼 면목이 없는데,
아! 이제 내가 두 살림 살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수 없이 되돌아 올라가니 아우는 위에서 오히려 날 찾아 내려오고 있었다. 해안을 한 바퀴 돌아 뒤로 올라왔단다. 참말로 너야말로 나보다 더 대책 없는 녀석이구나.
바위 만한 돌 세 덩어리를 내려놓으면서 어느 것을 가질 것인지 골라보란다.
"너 다 가져가거라"고 대답을 했더니 섭섭해한다.
이 무거운 돌 세 덩어리를 혼자서 끙끙거리며 들고 왔는데 겨우 한다는 소리가 너 다 해라이니 섭섭하기도 했겠구나. 화를 잘 안내는 내 성격이니 그만하고 모델 아가씨가 반바지 차림으로 폴딱폴딱 뛰면서 나 앞에서 사진 찍는다고 갖은 포즈를 취하고 갔다고 약을 좀 올리다. 보옥리 해안도로를 타고 보옥리 뽀쪽산을 향해서 출발했다.
보옥리 앞 도로에서 시골에서는 보기 어려운 멋진 잠바를 입은 할아버지를 만나 여기 어디 가면 구경할만한 곳이 있나요? 하고 물으니 먼저 저 아래 뽀래기 갯돌밭에 가면 갯돌이 좋고 다음은 저 보이는 뽀쪽산 등산을 하라고 권했다.
우린 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갯가로 걸어 내려갔었다. 물이 다 마른 내려가는 하천에는 까만 돌들이 여기저기 늘려있어 아우는 갯돌들 줍기에 정신이 다 팔렸다. 이렇게 주우면 터럭이라도 한 대 빌려올까 하고 놀렸다.
바닷가로 들어서니 해안에는 공룡의 알처럼 크고 미끈한 돌들이 수없이 가지런히 늘려있었다. 돌들은 물에서부터 색색으로 띠를 두른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다. 해안으로 무지개 빛으로 돌 모자이크를 하고 있었다. 돌 하나가 어린아이 몸통 만한데 어찌나 미끈하고 달걀모양으로 우아하였다. 모두가 하나같이 같은 크기에 같은 모양이니 정말 대단하고 장관이긴 했다마는 다만 보기만 해야할 뿐이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다.
어제처럼 바닷물이 빠져나가 돌들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 미끄러운 돌을 조심스레 붙들고 바닷가로 나갔다.
갯돌에는 해초가 살고 보였다. 내가 아는 해초로 우무가사리, 톳, 모자반, 미역은 아니고 미역 같은 회칠용 해초들이었다 .나는 그중 톳과 모자반을 채취하였다.
바닷가로 나온 아주머니가 그 돌을 가벼운 신발로 땅 걷듯이 걸어왔다. 나는 미끄러워서 일어서지 못한 길을 그녀는 잘도 걸어왔다. 안 이끌어 지는 비결이라고 있냐고 물어보자 매일 걷는데 미끄럽지 않다고 했다. 분명히 미끄러운 곳인데 아니 미끄러지니 바로 이것이 적응인가보다.
먹지 못한다는 해초는 버리고 톳도 끝 부분만 부드러우니 가져가라고 했다. 갯가로 나와서 길게 딴 톳을 끝자락만 끊어 챙기니 아우가 혼자 심심했는지 수석용 돌멩이만 한 자루 주어서 다가왔다.
곁에 앉더니 오늘은 바람도 불고 비도 올지 모르니 텐트에는 못 잘 것 같다고 민박이라도 해야겠다고, 어제처럼 맘씨 고운 시골 촌집에서 잘 수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언제 떠날라오?하고 약간 걱정스런 말투이다.
한정 없이 느긋한 나는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아마도 때가 되면 하느님이 잘 곳을 챙겨주실 것이니 그냥 때 되도록 기다려보자 할 일 끝나고 볼 것 다 보면 가고 싶을 때에 또 흘러가면 되니 그리 하도록 하자.
시간이 어느덧 6시나 되었다. 갯돌 밭을 걸어서 오던 길로 나오니 반대편 갯돌 밭에서 두 할아버지가 걸어나오시면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둘이 들고 가는 보자기에 든 돌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다. 한 분은 우리가 마을에 들어오면서 안내하신 친절한 할아버지고 또 한 분은 마을 분이셨다. 이 돌은 이 마을의 유산인데 우리들이 이렇게 가져 가져가면 이 마을의 보물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
정말 옳은 말씀이셨다. 아우는 두 말도 아니하고 애써 주운 돌을 미련 없이 사방으로 뿌려 주었다.
내가 들은 해초는 가져가라고 하셨다. 어디서 왔는지? 민박은 정했는지? 물어주셨다. 우린 마산과 창원에 삽니다. 아직 잘 집은 못 정하여도 아마도 동쪽 해안 예송리에서 잘까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저 산아래 오두막집 한 채 지어두고 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윤고산 선생님처럼 수석과 송죽을 벗삼아 산다고 하셨다.
시간이 되면 가보아도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서보고 혼자 살고 있으니 그곳에서 자도 좋고 마음에 아니 들면 근처 민박집도 안내 해 주시겠단다.
돈을 드리고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내가 미래에 살고 짓고 해야 할 일인데 난 일부러 라도 찾아가고픈 곳이데.
"할아버지 가 보고 싶은데요"
"저 산 아래라 좀 걸어 올라가야 해요"
등산화차림에 등산복 차림의 우리 모습이 맘에 든다고 하신다. 우리 오늘 그 집에서 자기로 나는 마음을 정하였다. 차로 마을 끝가지 올라 차를 대고 할아버지 집으로 오르는 길은 오솔길이었다.
길가에 고래등같은 바위들이 즐비하고 사이에 온통 동백나무가 야생으로 자라고 있었다.
할아버지 집 입구에는 자연석 바위 두 개가 대문으로 서 있고 고목인 동백나무 숲 아래에 나무 벤치가 의자와 함께 놓여있었다. 두 나무의 동백과 사이에는 기둥이 잘린 동백나무가 자연의 탁자가 되어 있었다.
넓은 밭은 자연의 정원으로 수십 그루의 자연 동백이 그대로 자라고 있었다. 원래 이곳은 숲이 우거진 산 속이었다고 했다. 수백 년 된 상록활엽수가 자연으로 자란 곳을 정원으로 개간하셨다고 했다.
교직생활을 하시다 정년 퇴임 후 광주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몇 년 계시다 1년 2개월 전인 99년 3월에 이불 한 보따리 들고 혼자 이곳으로 오셔서 이 정도로 만드셨다고 했다.
조립식 집에는 주방도구와 방 하나 마루 하나로 조촐한 살림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선배님 같기도 하고 선생님 같기도 한 어른께 먼저 큰절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름과 사는 곳과 나의 신상에 말씀을 드리고 이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밤은 이곳에서 자고 가라고 하셨다. 반찬은 없어나 밥도 쌀도 있고 술도 있으니 제집처럼 편히 쉬고 갔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전라도 땅이지만 경상도 분들이 오시면 언제나 환영한다고 영호남의 정치적 이 시대의 문제성을 걱정하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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