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끝없이 정열을 쏟는 장엄한 태양 또한 끝을 알리고
그 뒤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나니...........
지나왔던 태양의 흔적은 저 뜬 구름만이 알려주리............
우리 여기 서서 끝이 뻔히 보이는 길을 가고
막다른 길에 도착한 후,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나니...............
걸어왔던 우리의 체취는 철지난 들꽃만이 알고 있으리...............
기름진 땅에 핀 꽃도 쓰레기더미 속에 핀 꽃도
제각기 분수에 맞쳐 날벌레를 유인하고
서리내리고 눈 오는 날, 스스럼없이 스러지나니...............
남은 건 이듬해 봄, 또 같은 운명을 품은 씨앗뿐이리................
방랑자는 갈림길에 서서 망설이고 있는데
이정표도 길을 물을 사람도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저 들판에 핀 꽃들의 향기를 맡으며 걷기로 한다.
죽음이란 심각하다. 그러므로 삶은 진지하다.
그러나 이 진지함에 반항하고 싶다.
지구가 없어진 후, 우리 생각하자.
왜 그 때는 그렇게 심각했어야 했는가를.............
무엇 때문에 진지했어야 했는가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