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芙蓉里에서 五友歌를 읋으며 孤山 흉내를(1)

2. 둘째날: 甫吉島探訪
2-1 芙蓉里에서 五友歌를 읋으며 孤山 흉내를(1)

동창이 밝았다.
파도소리도 물소리도 안 들리지만
할머니의 일하시는 소리는 진작부터 들리어 왔다.
5시가 좀 넘으니 할머니께서는 일어나시어 밥을 짓고 하루 일을 시작하신 것이다.
배낭 메고 집 나서면 언제나 일어나면 밥 짓는 일이 시작인데 오늘은 할머니께서 아침을 지어주신다고 우리는 뒷산 구경이나 다녀오라고 하셨다.
뒷산은 해발 50미터나 될까마는 오르면 섬 주위가 다 보이고 바다도 보인다니 올라가 보기로 했다.
할머니께서는 갯가로 나가실 모양이다.
새벽에 물이 또 나갔으니 그 사이에 갯가에 가서 할 일이 있으신 모양이다.
어제 잡던 갯지렁이를 파실 모양이다. 낚시꾼들의 미끼로 잘 팔리니 지금 잡아두어야 오늘이 토요일이니 돈이 된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쉬지 않으시고 돈을 모으신다.
"할머니 돈을 모아서 어디에 쓰셔요?"
할머니께서는 아들 딸 살림에 보태 쓸 돈을 모아서 마음 아픈 자식에게 나누어도 주고 손자들 용돈도 주는 재미로 부지런히 돈을 모으신다.

산에 오르니 건너로 청별 선착장도 보이고 황원포구도 보이고 바다의 물결이 어디로 돌아서 나가는지도 보였다. 소나무가 꽤 우거진 숲이었으나 샘물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여기는 가뭄이 심하다. 섬 안에 샘들이 다 말라 물을 무척 아껴서야 했다.
우린 물 한 바가지로 세수하고 머리감고 이빨까지 닦았다. 바다로 나가신 할머니는 돌아오시지 않았다.
우린 지어놓은 아침을 챙겨먹고 낡고 기우는 오두막집의 전후 좌우를 구경하고 그 오래된 멋을 감상하였다. 이런 고가들이 이제는 다 없어지고 허물어버려 귀하고 아쉬운 우리의 문화 유물이건만 아무도 이들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할머니께서는 그사이에 갯지렁이 한 사발을 들고 들어오셨다. 우리가 잠깐 쉬는 그 사이에 어제 잡아두었던 고동과 게를 삶아서 넣어주시고 점심까지 싸 주셨다. 그리고 전복죽 쑤어주신다는 말에 우린 아침을 먹었으니 할머니께서 드시라고 했더니 끝내 그 전복을 간장에 볶아서 반찬을 만들어 주셨다.
아! 어느 할머니가 이렇게 나에게 지극 정성으로 대접을 하고 정성과 성의를 다하여 보살펴 줄까? 나의 친할머니 같으신 분이다.
떠나려고 인사를 드리니 산 넘어 뱃머리까지 따라오신다. 결국 우리가 배에 오르는 걸 보시고 떠나셨다. "할머니 제가 돌아가면 언제 다시 할머니를 뵈올 지 모르지만 사시는 날 까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요."
윤선도 선생님 뵈러왔다가 장사도 갯마을 갯지렁이 파는 할머니를 뵙고는 여기 잠자러 온 보람을 느끼었다.

청별로 건너는 뱃머리에는 배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건너 청별에서 나룻배가 와야하는데 할머니는 아마도 배가 오지 않았을지도 몰라 염려가 되셔서 따라오셨던 것이다.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시자 건너 마을에서 내다보고 아주머니 뱃사공에 나룻배가 왔다. 할머니의 동생이라고 하셨다.

우린 아주머니가 노를 젓는 배로 올랐다. 바닷물은 거세게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배가 뭍을 떠나자 오래된 내 노 젓던 실력을 점검하려고 노를 받아 저어 보았다. 아주머니의 가락과 박자에 맞추어 밀고 당기고 어사와 어사와 노 저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락은 이렇다고 배웠는데 아주머니 가락은 그게 아니라
"엇고 데리고" "엇고 데리고"였다.
나는 노를 밀고 돌리고 댕기고, 밀고 놀리고 댕기고.....
그러나 배는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질 않고 아무 곳이나 갈래가 없이 나아갔다.
잠깐 사이 우리 배는 그만 거센 흐름에 쓸려 저만치 아래로 흘러서 떠내려갔다. 아주머니가 놀라서 얼른 노를 받아지고 젖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저어도 배는 그 강한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질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듯 하였다.
바다를 바라보니 물결을 마치 강물처럼 흘러서 들어와서 저 아래 진도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포기한다면 우린 순식간에 물결 따라 아래로 떠내려가 진도의 어느 해안에 흘러갈 것만 같았다.
당황한 아주머니와 우린 다만 사력을 다해 저어보는 도리밖엔 방도가 없었다. 우리 둘은 주어둔 보리자루처럼 가슴만 태우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중심 물살을 피하여 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포기를 하고 가까운 건너 뭍으로 배를 붙이길 시작했다. 다만 아래로 떠내려가는 것만은 모면해야겠다. 마침내 배는 보길도 쪽으로 갔다. 그러나 부두는 저만치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내려다보니 물깊이가 그리 깊지는 않아 보였다. 건너편에 남자 몇몇이 우리들을 바라보고 발을 동동 굴리기만 했지 그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배 아래 물 속으로 뛰어내렸다. 다행이 허벅지정도로 물이 올라왔다. 밧줄을 어깨에 둘러메고 배를 끌어 나아갔다. 작은 배는 쉽게 끌리어 올라왔었다. 물의 얕은 곳을 찾아 조심조심 한발한발 앞으로 내 딛으며 끌고 올라가니 생각보다 손쉽게 부두까지 올라올 수가 있었다.
밧줄을 부두에 올려 배를 묶고 아주머니와 아우를 옮겼다. 해안도로에서 구경하던 아저씨는 119구조대 신고를 할 참이었다고 했다. 아주머니가 고마워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미안했었다. 내가 노 젖는 연습을 아니 했더라면 아주머니는 좀 어려워도 이런 물살은 건넜을 터인데 내가 호기를 부리는 바람에 배가 쓸렸는데도 오히려 나에게 고마워하면서 물에 젖은 신발을 보더니 새 양말을 한 켤레씩 주셨다. 자기도 발을 버렸는데도 자기는 괜찮다고 하시면서 구경나갈 우리더러 신어라고 양말을 선물로 주신다. 그리고는 자기도 이렇게 거센 물살에 노 저어보기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물살은 정말이지 홍수 난 냇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청별리 앞 바다였다.

아침나절에 또 한바탕 물살과 씨름을 하고 놀다 이제는 윤선생님을 보러 저 부용동 골짜기로 들어가야 했었다. 정육점에 들러 시골 돼지고기 한 근을 차에 싣고 서서히 아주 아주 천천히 청별리를 떠나 황원포구를 지나 부황리의 세연정으로 들어갔다.
차가 없었다면 걸어가야 제격인 바닷가 길인데 하는 수가 없이 차를 타고 들어갔었다. 좌로 동천다려가 보이고 세연정 주차장에 차를 붙이고 세연정 안내판을 읽고 지형을 숙지하여 세연정 정자로 가니 벌써 관광객 수십 명이 경내에 오고가고 찍고 웃고 돌고 소리치고 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세연정은 고산 선생이 풍류를 즐기시던 곳이다. 우리 나라 궁전 정원을 제외코 개인 정원으로는 가장 격조 높고 조경적으로 높이 평가를 받는 곳이다. 세연정을 중앙에 두고 사방에 연못을 둘러놓고 앞의 좌우에 동대와 서대를 올려 남녀가 가무를 하고 물을 불러들이어 자연석에 휘감아 돌게 하여 소용돌이와 흐름과 폭포를 즐기며 송죽을 심어 놓고 수석을 들여놓고 마지막으로 하늘에 달을 부르니 이 노래가 바로 五友歌 되었다.

내 벗이 몇인고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떠오르니 이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 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소리 맑다하나 그칠 때가 많은지라
좋고도 그칠 때가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찌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은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를 모르느냐
땅속깊이 뿌리가 곧은 줄은 그것으로 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니 거리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면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러고 사철을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비추니
밤중에 밝은 빛이 너만한 것이 또 있겠느냐
보고도 말이 없으니 내 벗인가 하노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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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이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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芙蓉里에서 五友歌를 읋으며 孤山 흉내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