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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너구리와 냉전중...
왜냐구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구요.
물론 부부싸움 안하며 오손도손 사이좋게 살아야 되지만
어디 그런가요?
가끔씩은 지지고 볶는 소리가 들려야 정상인건지...
며칠전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들과 학교에 운동을 하러 갔지요.
그리고 근처에서 노래방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곳에
들르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노래방안에 밀어넣고 카운터에 앉아 있는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1시간이 훌렁 지나가 버리더라구요.
밤 10시가 조금 넘어 노래방을 빠져 나오니
띠리리~~전화벨이 울리는데 우리 너구리잖아요?
그래서 얼른 받으니 아무 소리가 없는거예요.
그래서 우리 너구리가 집에 도착했나부다,애들아 빨랑 가자..
하며 빠른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데,다시 한번 또 띠리리~~
그래서 가는중....하고 열심히 뛰어가니 아니 글쎄...
아파트 정문 한가운데서 비틀비틀 거리고 섰는게 아니겠어요?
그리곤 대뜸 날 보자마자
"내가 말여..전활 열두번두 더 했는데..왜 안받고
도데체 어디 갔다 온거니!!"
하고 소리를 질르는데,그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무슨 일인가 다 쳐다보고
경비 아저씨들도 왠 술취한 객이 행패를 부리려나..하는 눈초리로
문을 열고 나와 바라보는데...
순간 우리 너구리가 지금 무언가에 열받아 있구나...하고
긴장을 하며 있는데,
당장 전화기 내놓으라는거예요.
"전화벨 울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알어!?도데체가 말여!!
이따위 되지도 않는 전화기를 왜 갖고 다니는겨!!"
얼마나 술을 많이 마신건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혀도 반쯤은 꼬부라진 상태에서...
입구로 들어오려는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고...너구린 내 전활
빠았더니 길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게 아니겠어요?
그리곤 반쯤 부셔진 폰을 발로 다시 짓이기면서
"내가 말이여,급해서...하면 받아야 될거 아녀?"
"빨랑 돈 내놔!!택시비 주게..."
아, 그때서야 사태 파악이 되더군요.
얼른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내 주었더니 길건너 택시가 세워진
곳으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우리의 너구리..
갑지기 일순간에 일어난 사건이라,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는 일도
챙피하거나 부끄럽다고 느낄 새가 없었지요.
아니 이럴 수도 있는건지....
일방적으로 순식간에 당한 사건이라,제 마음도 금방 진정이
안되더라구요. 노래방이 지하에 있어서 전화가 터지지 않은것인데
나더러 어쩌라구....그리고 택시비 안갖고 다닌건 자기 잘못이지
왜 애꿋은 핸드폰에다 화풀이를 해대냐구요.
괜히 열받데요.
그렇다구 그 자리에서 맞장구치면 안된다는것을 알고 있기에
눈물을 머금고 아무소리 없이 그냥 집으로 들어왔지요.
먼저 들어온 아이들은 아빠의 그런 모습에 조금은 놀랐는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 훌쩍훌쩍 울면서
"아빠가요....훌쩍..엄마 핸드폰을...훌쩍"
나역시 속이 상해 주방 식탁 의자에 앉아서 너구리 들어오면
어떻게 따져야 하나,고민을 했지요.
그런데요 우리 너구리 들어와서는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훌쩍 훌쩍 울고 있는 아이들 곁에 가서는
"아빠가 말이야,택시비 잔돈이 없어서,엄마한테
전활 수도 없이 했는데..미안하다....하두 화나서 아빠가
그랬는데 이해해 줄거지? 응? 애들아~~"
"네 훌쩍~~아빠~~안녕히 주무세요."
연실 무어라 중얼거리며 아이들에게 번갈아 뽀뽀를 해대고...
그리곤 안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더니,
잠들어있는 아이들 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또 무라고 중얼중얼....
나중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피식 혼자 웃다가,또
생각해보면 약이 올라 눈물 찔끔 흘리다가,이제나 저네나 내게 와서
사과 한마디 해주려나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는데...
글쎄 뭐라는지 아세요?
"그만 불끄고 자자~~"그리고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거에요.
내 참 기가 막혀서, 이런 황당한 일도 있나요?
남자들 술취하면 다 그런건가요? 물론 우리 너구리가 성격 급하고,
열받으면 욱하는 못된 버릇이 있지만 뒤는 물르거든요.
이후로 아침 굶겼지요.
그리고 어제,출장을 가야 한다며 1박2일 가방을 싸라고
명령을 하길래...제가 어디 고분고분 들어주나요?
"당신이 싸!!"하고는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지요.
어젯밤엔 전화해서는 괜히 할말이 없으니까,목소리에 무게잡고는
"나야, 애들은...엄마는....애들 바꿔바."
나는 어떠냐고,물어봐주면 어디가 덧나나요?
자존심에 구멍 뚫리나요?
미안하다고 사과 한마디 하면,고추가 떨어지기라도 한대나요?
분명 그 밤에 일어난 사건을 죄다 기억하고 있을텐데도...
오늘 기분도 그렇고,하여 친구와 다리가 아프도록 시내를
쏘다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너구리 벌써 왔다가 나간 흔적이
보이더라구요.
아이들에게 골프연습장에 간다고 하면서 나갔다고 하더군요....
늦은 저녁을 물리고 나니 띠리리~~
"여보세요"
"나야"
"......."
"나 골프연습장에 있어"
"그래요?"
"하루종일 어디 갔다 왔어?"
궁금하기나 하던가요?
하긴 이제 전화 해볼데도 없고... 답답하겠죠?
전 여기저기서 전화올일 없으니 며칠동안 편안 하더군요.
그래도 미안했었단말을 끝끝내 하지 않는 우리 너구리,
새전화기 사들도 들어와도 내가 눈하나 깜짝 하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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