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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항상 혼자 걷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혼자 걷는 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아이는 항상 혼자 걸으니까요. 아마도 아이는 외로움을 모르나 봅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항상 혼자 걷습니다. 아이의 눈빛은 항상 촉촉이 젖어 있습니다. 뭔가 슬픔이 있는 걸까요? 아이는 항상 젖은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아이는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시 혼자 걷습니다. 아무도 아이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신경을 쓰기에 그들은 너무 바쁘고 또 너무 행복합니다. 그들은 아이처럼 젖은 눈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또한, 그들은 모두 함께 걷고 있거든요.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혼자가 아닙니다. 아이에게 함께 걸을 사람이 생겼나 봅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니 이젠 혼자 걷는 아이가 아닙니다. 지금 아이에게 함께 걷고 있는 아이가 있거든요. 아이는 너무도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가 드디어 다른 또래 아들과 비슷한 모습을 찾은 듯 합니다. 이제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둘까 합니다. 아이는 이제 혼자 걷지 않으니까요...
얼마가 흘렀습니다. 나는 아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다시 혼자 걷고 있었거든요. 아이가 어느새 많이 야위었습니다. 늘 젖어 있던 눈빛은 이제 공허한 눈빛이 되어 그 빛을 잃어버렸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함께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니 멍하니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엔 초점이 없습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이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족들에게 돌아왔단 인사를 하고 가만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이의 방안은 오직 아이만이 공간입니다. 아이가 세상에서 단절되는 공간입니다. 아이는 아이의 방안에 혼자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래서 늘 혼자 걷는 건가 봅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오늘도 혼자 걷습니다. 혼자 학교로 향했습니다. 혼자 만에 책상에 앉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들 신나게 떠들며 놀고 있는데 아이는 아이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혼자 있습니다. 아이는 책상에 고개를 파묻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세상과의 단절을 시도합니다. 저쪽에서 놀고 있던 아이 몇 명이 아이에게 다가 왔습니다. 아이들은 아이의 단절을 방해합니다. 아이들은 아이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습니다. 그들은 장난처럼 아이를 괴롭힙니다. 아이를 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는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데, 아이의 그 공허한 눈이 어느새 젖어 눈물이 뚝하고 떨어질 것 같은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모릅니다. 그래서 일까요? 아무도 아이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무도 아이에게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혹은 즐겁다는 듯 바라볼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끼리 이야기 할 뿐입니다. 간간이 비웃음 같은 소리도 들려옵니다. 그래요 아이는 혼자 걷는 아이니까요, 그러니 아무도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손을 내밀면 그 순간 아이는 아이와 같이 혼자 걸어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혼자 걷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여린 아이가 있습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항상 함께 걷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항상 젖은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아이는 슬프지 않습니다. 슬프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는 희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이는 언젠가 그들과 함께 웃으며 걸을 수 있는 그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비록 사람들이 아이에게 관심조차 없다 하더라도, 아이를 그저 외면할지라도...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아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외로움보다 더 싫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는 자신을 괴롭힐 지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혼자가 싫습니다. 아무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혼자가 너무 싫습니다. 아이는 너무 많이 외롭고 지쳤으니까요.
그림 속에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커다란 담벼락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아이는 시선은 바닥으로 떨군 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옆으로 외로운 전봇대 하나가 보입니다. 전봇대는 아이를 피해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만을 비칩니다. 전봇대 역시 아이가 혼자 걷는 아이라 싫은 걸까요? 저 멀리 그림자가 보입니다. 칼을 들고 두건을 쓴 낯익은 강도입니다. 강도의 그림자는 아이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강도를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담벼락 위를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무심히 그 모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래로 살짝 내리 깐 두 눈엔 무심함이 보입니다.
그림 속에 혼자 걷는 아이가 보입니다. 그림 속에 혼자 걷는 아이가 보입니다. 그림 속에 혼자 걷는 아이가 보입니다. 그림 속에 세 명의 혼자 걷는 아이가 보입니다. 이젠 아이를 그림 속에서 밖에 만나 볼 수 없습니다. 아이는 이제 자신이 가장 원하는 모습이라던 담벼락 위의 아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아마도 그 위를 무심히 눈빛으로 걷고 있을지 모릅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세상을 걷고 있는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삶은 혼자 걷는 길이라는 것을요. 혼자 걷는 사람을 보듬어 주기 위해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요,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세상엔 먼저 손을 내밀어주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요. 그들에게 먼저 따뜻한 손길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요, 사람들은 화려한 불빛보다는 외면당한 불빛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을요...
만약 아이가 허락한다면 아이의 그림을 조금 고치고 싶습니다.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닌 아이를 비추는 전봇대를 그리고 싶습니다. 저 멀리 그림자 속 아이에게 가족을 주고 싶습니다. 아이를 품어줄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주고 싶습니다. 담벼락 위를 무심히 지나가는 아이의 옆에 다른 담벼락들을 잔뜩 그려 놓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위를 아이와 함께 걷는 많은 아이들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혼자 걷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하고 싶습니다. 시간을 그 옛날로 돌려 말하고 싶습니다. 그 아이와 같은 모습을 한 아이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야 나와 함께 걷지 않을래?" 그 옛날 나는 그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 아이를 바라봐 왔지만 그 말 한마디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혼자 걷는 아이였으니까요, 나는 혼자 걷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무심한 눈길을 보내거나 다른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로 아이를 외면하곤 했으니까요. 만약 아이가 허락한다면 나는 혼자 앉은 아이에게 하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 하늘에 반짝이는 희망의 별을 넣어주고 싶습니다. 또한, 맞닿은 아이와 나의 손을 넣고 싶습니다. 우리 두 사람에 입가에 미소도 넣어 주고 싶습니다. 아이의 눈엔 꼭 행복을 넣어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주고 싶습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를 혼자 걷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젠 너무 늦어버린 생각이지만...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젠 혼자 걷는 아이가 없었으면 합니다. 아이가 내가 손을 뻗을 수 없는 곳에서 혼자 걷기 전에...
from the 4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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