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큰일났어. 토끼가 없어졌어!!"
전화로 딸아인 호들갑을 떨었다.
"잘 찾아봐, 엄마 바로 들어갈께"
일주일전 학교앞에서 100원을 내고 뽑기하는 것이 있었나보다.
딸아인 토끼가 나올때까지 800원을 들여,
결국 토끼를 뽑아 집으로 왔었다.
그리곤 커단 박스를 구해와 토끼집을 만들고,
먹이를 주고,수건을 깔고,인형베개를 넣어, 손수건 이불까지
장만하여 토토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며 이제부터
우리집 가족이라고 소개를 했다.
얼마전 이웃집의 친구가 강아지를 키우는것을 보고
한동안 강아지 사달라고 조르더니,
또 얼마전엔 친구들사이에 토기키우는것이 유행이라며
토끼타령을 했었다.
나는 원래 애완용 강아지건 고양이건, 집에다
가축을 들여 키우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아이의 말을 늘 겅성으로 흘려넘어갔었다.
너구리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너 이담에 커서 우리 주택에 살면 그때 기르자..."
매번 이렇게 달래왔는데, 정말로 딸아이가 토끼를 가져오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갖다 버리라고 할 수도 없고, 친구네 주라고도 할 수가 없어서
잠시 키우다 시골사는 고모네 주기로 하고 허락을 하였다.
아이들은 정말로 정성을 다해 키웠다.
당근을 잘게썰어 접시에 담아 밥을 주고, 양배추도 썰어주고....
거실이며,방이며 조그만 두 귀를 쫑긋거리며 뛰는 토기가
귀엽기도했다.
딸아인 학교에 가기전엔 꼭 토끼를 어루만지며
"언니 학교에 갖다올동안 심심하겠다. 잘놀고 있어?"
그리곤 내게 밥주고 돌봐주는 일을 당부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토끼를 데리고 친구네 집도 가고 학원도 가고..
똥싸고 오줌이라도 싸면 아기에게 타이르듯이 하고,
너무 주무르고 얼러서 토끼가 귀찮아할 정도로 좋아했다.
정말로 1주일동안 정이 담뿍 들었다.아이들과 토토가....
일요일 저녁 너구리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토끼를 보며
한마디 했다.
"아이들과 더 정들기 전에 다른데 갖다주던지...."
나역시 그것이 우려되었었다.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키울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아이들과 더 깊은 정이 들기전에 떼어놓아야 하는데....
그런데 오늘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가 토끼가 없어졌다고
난리가 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 아이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울먹이는 소리로.
"어~ㅁ 마, 오~~바가 토토 친구 줬대."
집에 돌아오니 딸아인 눈물을 흘리며 짱구에게 빨리 토토가져오라고
소리지르고, 짱구는 아빠의 명(?)에 따라서 친구 줬을 뿐이라고
말하고....
둘을 앉혀놓고 자초지종을 물으니 우리 짱구,
엊그제 너구리 하던 말 생각나서 어차피 집에서
더이상 못키울거면 친구가 키워준다고 해서 줬단다.
"짱구야 그래도 네가 잘못한거야, 동생에게 물어보고,
엄마 들어오면 상의를 하고 주던지 해야지.."
딸아인 좀처럼 울음을 그칠 기세가 아니다.
"그 아이네 집에 가서 도로 달래와라.
나중에 주더라도.."
"안돼요, 친구한테 1000원주고 팔았단 말이예요"
드디어 우리 짱구도 울음을 터트리며 울었다.
어이가 없었다.
웃어야 할지,울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딸아인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한동안 통화를 하고도
정말로 섧게 눈믈을 흘렸다.
그리고 짱구도 아빠의 전화를 받더니 울상이 되어
자기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토끼가 있던 박스 안이 허전했다.
두 귀를 세우고, 입을 연실 오물거리며 눈을 깜박이던
토끼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잠시였는데도, 나와 아이들에게 정이라는 걸 심어주고
다른 집으로 가버린 토토....
한참을 딸아이를 안고 있었다.
"우리 토토가 친구집에 가서 아주 잘 자라도록 기도하자"
그리고 주택으로 이사가면 강아지,토끼,많이 많이 키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