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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온통 봄물결이다.
언제 이 봄이 성큼 발밑으로 다가온 것일까?
정신없이 보낸 3월도 벌써 반을 접어야 하나보다.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우리 둘째신우네는
엊그제 인천 공항에서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타고,
정말로 이민이라는걸 갔다.
동남아시아로 6박7일동안의 여행을 마친 어머님과의 재회를 위해서
우린 꼭두새벽부터 부산을 떨어야했고,
다행히 아침 8시쯤 도착한 어머님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공항에서
극적인 만남을 이루었다.
마지막 가는 딸의 모습을 행여 못보면 어떻하나.....
언제볼지 모르는 친정엄마를 보고파 밤새워 잠한숨 못자고
새벽부터 달려온 딸의 눈물과,어머님의 눈물이
나의 가슴을 느껍게했다.
모든 출국 수속을 마치고, 한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으면서도,
우린 모두 서로 말을 아꼈다.
조카, 둘은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부모마음,할머니 마음을 아는지...
연실 외국으로 떠난다는 그 사실만이 즐거웠나보다.
떠나는 이들에게 특별이 해줄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눈가에 눈물이 맺힐까봐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웃에 함께 살면서 그래도 가장 정이들었던 가족들이었는데....
마음이 착하고 여려서 인정도 많았고,
무엇이든 나누어주려 애썼고,
성실하게 살아온 신우내외였기에, 우리 가족은 물론,
이웃에서도 그들의 떠남을 무척 아쉬워했다.
하지만 더큰 삶의 목표를 정했으니,
그들의 떠남을 아무도 막진 못했다.
낮설고,물설고,말설은 외국나라에 가서
잘~~~살아가기만을 바랄뿐.....
어머님은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눈물을 삼키시며
지켜보셨다.
"어머니, 지금은 시절이 좋아서 자주 왕래하며 살 수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이런 위로의 말도 상투적일 뿐.....
문득 나의 친정 어머님이 생각났다.
우리 엄만 더 먼 길을 가시며, 어찌 눈물한방울 없이,
나를 따나실 수있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자꾸 울렁거려 눈물이 나려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간밤에 못잔 잠이 쏟아져,
청주에 도착할때까지 내내 잠을 잤다.
집에 돌아오니 무언가 허전했다.
그래도 한 일주일 북적대며 살아왔는데....
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것 같다.
아이들은 거의 우리집에서 살다시피했었는데....
외숙모가 해주는 음식이 최고라며 아부도 했었는데.....
김밥,주먹밥,김치볶음밥,돈까스,.....하다못해
계란후라이,라면을 끓여줘도,
잘해주는 음식이 별반 없었음에도 아이들은 정말로
맛있게 먹어주었는데.....
조용한 거실에 앉아 우두커니 tv를 보고있자니,
그동안 제대로 잠한숨 못잔 탓인지,긴장이 풀린 탓인지,
눈이 자꾸 감거왔다.
어머님은 애써 외로움을 지우려 하셨는지,
내게 싱가폴,방콕,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등을 돌며
여행하신 이야기보따릴 줄줄 풀어놓으시는데....
안들을 수도 없고.....
네,그래서요,무지 재밋었겠어요. 정말요?
어머님 정말 신났겠어요.......맛장구를 치면서
졸음을 쫒아내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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