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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님께선 지난번 퍼머를 할때 고생을 많이 하고
할머니처럼 머리를 너무 뽀글뽀글 지저 놓아서
불만을 표시하며 다시는 딸에게 머리를 맡기지 않겠다고 하시구선
머리칼이 자라 어느새 또 손질을 해야할 시기가 돌아오니
전에 있었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딸에게 머리를 맡겨버리셨다.
그런데 좀 불안해하시는 어머님의 눈빛이 점점 깊어지시더니
드디어 맘에 안들게 자른다고 소리소리를 지르는게 아닌가.
누구나 자기가 원하고,고집해오던 스타일에서 이탈을 했다는
이유였다. 영 어색한 표정이셨다.
"노인네...꽁짜로 깎아주는데 이정도면 잘 자른거지.
웬 불만은..... 언니 괜찮지?" 하며
자문을 구하길래
"머리 맡부분을 좀더 올려 쳤으면 좋겠네" 하니까
어머님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신다.
그래서 어머님 컷트는 일단락을 지었고......
간 김에 저녁까지 먹고 오자는 어머님의 말에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
신우는 또 실습을 하고 싶었나보다.
이번에 주황색 코팅약이라며 염색한 머리는 상하기 쉬우니
코팅을 입혀서 머릿결을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거였다.
둘째신우는 머리가 짧고, 내머리는 제법 길기때문에
나만 보면 실습이 하고 싶어 안달을 부렸다.
염색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또 한다는것이 좀 껄끄럽긴
했지만 또 꽁짜로 해주는 것이니, 그 유혹을 물리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그리고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끝없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일테니.....
색상이 너무 밝은 주왕색이라는 것이 좀 맘에 걸리긴 했지만
뭐 큰 변화는 없겠지....하며 드디어 머리 전체에 약을 바르고....
1시간 후에 감으려 했더니,더 있어도 된다길래,
더 잘나오라고 30분을 또 지체를 하고 드디어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나와 거울앞에 서니......
아뿔싸!!!
기절초풍할 광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거울 속에서 내 머리가 불타고 있었다.
"어머머!!! 내 머리 색깔이 왜이래?"
신우가 와서 보더니
"와! 언니 예쁘다. 아주 죽이는데?"
아니 예술가(?)의 눈은 다른것인가? 젊은 신세대라 그런가.
아님 자기가 해준 거라고 좋게 봐서 그런가. 영 나의 상상과는
거리가 멀어져
완전 머릭칼이 빨간색이 된것이다.
빨간머리 앤이 머릿속에 맴맴 돌정도로....
"안돼!! 내 머리!! 이게 뭐야"
불빛에 비치니 더욱 빨간빛을 띠고, 머리속까지 빨간물이 스며들어
내 머리전체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것같앗다.
어머님도 보시더니 당신의 딸이 해주었으니 크게
뭐라 그러진 못하시고, 자꾸만 웃으셧다.그리고 걱정하시는 말씀이
"애비가 보면 한마디 할텐데....."
집으로 돌아와 욕실에 들어가 샴푸로 대여섯번은 헹구어 내고,
두피에 물들은 빨간색빼려고 하도 문질러대니
나중엔 머리끝이 아프기 시작을 했다.
어느정도 물이 빠젔나 싶어 거울앞에 서면 그대로이고....
그날밤 애꿋은 머리만 자꾸 빨아댔다.
너구리도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며 동생이 그렇게 만들어줬다고 하니까
크게 혼내키지는 못하고,
"그 머리해같고 절대 밖에 나갈 생각 말아라"
다음날 또 아침일찍 일어나 머리를 헹구어댔다.
행여나 코팅물이 빠저 조금이나마 색이 흐려지지않을까해서...
그런데도 거울을 보면 도저히 나라는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완전 다른 아줌마가 낮선 웃음을 웃고 있는것이었다.
슈퍼도 가야되고,밖에 나가 사람도 만나야 되는데....
물론 내가 평소에 멋도 부리고 변화도 자주 주고, 세련된 이미지를
풍겨주는 요즘 잘나가는 미씨족이라면 또 모를까....
출근하는 너구리에게 "나 머리 이대로 두면 안되겠지?"
하고 물으니
"당연하지" 하며 일침을 놓았다.
평소엔 여간해서 쓰지도 않는 털모자를 푹 눌러쓰고
화장품가게 아가씨에게 여차여차하니,빨간머리를 카바할 수있는
염색약을 달라고 하니 아가씨는 모자밑으로 나온 내 밑머리부분만
보고선 괜찮다면서, 금방 또 염색하면 머리결 상한다고
염려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 내가 모자를 벗고 거리로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약을 사들고 마트로 향했다.
누가 볼세라 필요한 물건들만 얼른 바구니에 주워 담고 카운터에
올려 놓으니, 아는 후배가 계산을 하고 있었다.
후배는 나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니,언니 웬 모자를 썼어? 오늘 날씨도 별로 안추운데..."
"묻지마. 그럴만한 사연이 있어"
"언니가 모자쓴 모습 첨 보네?"
하며 자꾸 웃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생전 모자를 안쓰는 언니가, 것도 별로 춥지 않은
날에 털모자를 쓰고 나왔으니...... 우스울수 밖에.....
다시 집에 돌아와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며 혼자
일회용 장갑을 끼고 목엔 비닐을 두르고,
염색을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시간이 경과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머리를 감으니 주황색 물감을 풀어논것처럼 끝도없이 물이빠지기
시작을 했다. 헹구어도 헹구어도 자꾸만 물이 빠지고.....
드디어 거울앞에 서는 순간.....
휴~~~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어느정도 붉은빛깔이 수그러 들고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또다른 색깔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론 머릿속은 아직도 붉은 빛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염려스러울정도는 아니었다.
머리에 젤도 바르고 드라이도 하고,예쁘게 손질하고 오후에 외출을 해서 친구집에 갔더니.....
그 친구 내 머리보고 대번 하는말이
"야, 너 머리 염색했니? 분위기있어보이는데.....
어디서 했어? 무슨색깔로 했어? 그 색깔 정말 죽이는데
나두 해 주라.... "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동안 있었던 사연들은 쏘옥 빼고서.....
친구 앞에서 그냥 크게 한바탕 웃어버렸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된다는 옛말을 떠올리면서.....
가뜩이나 넓은 이마,머리숱도 별로 없는데 공짜라고 해서
양잿물까지 뒤집어쓰지 말고 머리 관리 잘 해야지.....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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