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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 거지여!
인간은 엄밀한 의미로 모두가 거지이다.
이 말의 뜻은 우리 인간의 모든 음식은 자연이 베풀어주는 유기물을 섭취하고 사는 자이니 우린 모두가 다 거지인 것이다. 음식뿐 아니라 의식주 이 모두가 다 자연이 주는 것을 얻어 쓰고 있으니 그러하다.
그런데도 우린 거지가 아닌 양 산다.
거지인 줄 모르고 산다.
차라리 거지가 우리보다 덜 위선자인 것이다.
그들은 그래도 거지임을 자처하고 살기 때문이다.
버스간에서 젊은 아가씨들이 입은 찢어진 청바지를 보고
이제야 저들도 그들이 거지의 후예임을 인식하고 살려고 하는 몸짓이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찢어져 살이 삐져 나오는 옷을 입고 깡통을 차고 식은 밥, 남은 밥을 얻어 먹어본 자만이 거지의 인생을 거지의 삶을 이해하고 기억하리라.
감히 우린 거지이기를 거부하고 살지만 우리 인간의 근본이 자연이 베풀어주는 곡식과 과일과 채소를 먹고살고 있으니 이는 부인한다고, 거부한다고, 아니 인정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모쪼록 이왕 거지라고 여겨지면 차라리 거지라고 생각하고 거지처럼 살아보는 것이 어떠하냐?
거지도 풍유도 있고 멋도 있고 사랑도 있고 정도 있고 희로애락이 있는 세상이니 너무 고상한 척, 너무 제 잘난 척, 너무 잘 사는 척 하지 말고 적당히 얻어먹고 나누어먹고 굶어도 보고 그렇게 사는 게 편한 인생이 아닌 가도 싶다.
오늘 어느 책에서 적었던 글귀가 새삼 옳다고 여기어 여기에 한자 옮겨 보자!
일은 완벽하게 끝을 보려 하지 말고
세력은 끝까지 의지하지 말고
말은 끝까지 다하지 말고
복은 끝까지 다 누리지 말라.
내가 이 네 가지를 어느 것 하나 잘 지킨 것이 없지마는
이중 마지막 구절인 복은 끝까지 다 누리지 말라는 이 말뜻은 재미와 즐거움만 세상의 최고인양 누리고 다닌 나에게 경종을 주는 말이니 소금처럼 곁에 두고 음미하리다.
거지의 인생에 무얼 그리 다 누리고 끝까지 다 잘하려고 하면서 살 필요가 있겠느냐?
2000. 06. 19.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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