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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스승의 날이라고
오늘 낮에는 우리 아이들 선생님게 드릴 선물을 포장 했습니다.
선물을 싸다 보니
그동안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 생각이 나더군요.
전학을 많이 다닌 탓에 선생님들 숫자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좀 많은 편입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보니
예전 우리때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 선생님이란 존재는
크고 무섭고 아주 당당한 존재였는데
지금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예전보다는 많이 부드러운
느낌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그림을 배웠던 선생님 생각이 납니다.
좀 뚱뚱하시고 잘 웃으셨는데 배가 많이 나와서
제가 그 선생님 별명을 "임신 팔개월"이라고 지었더랬습니다.
즐겁고 재밌는 얘길 많이 해 주셨구요
"해운대 엘레지"란 노래를 즐겨 부르셨습니다.
그림에는 아주 엄격하셔서
당신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구는 제자들에겐
아주 따끔하게 야단을 치셨구요.
모두들 그 선생님을 무서워 하셨고
특히나 그집의 아들들은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하는거 같았습니다.
선생님께는 딸이 없으셨는데
내속으로 낳은 친딸은 없지만 대신 이렇게 많은 딸들과
함께 있으니까 딸 여럿 있는 사람 하나 안부럽다고 하셨지요.
입시지옥이 치열했으니까
같은 선생님께 레슨 받는 제자들이 많았고
사실 같이 배우는 모두가 다 경쟁상대들이었지요.
그래두 우린 잘 지냈구요.
입시가 닥아오게 되면 학생수도 굉장히 많이 늘어나서
백명이 넘을때도 있었습니다.
그림그리는 여학생들이란 머리가 텅비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편견이 많아서인지 선생님은 우리더러 무시 당하지 않게
학교공부 좀 착실히 하라는 당부를 늘 하셨구요
쓸데없이 결석을 오래하면 학원에서 쫓겨 나기도 했습니다.
오늘 갑자기 선생님 생각이 왜 났을까요?
굴레굴레한 눈이 튀어 나올듯 웃어대시구요
기분 좋을땐 옛날 노래 한가락 서슴없이 부르시고
빙그레 바나나 우유를 무척 좋아하셨어요.
대학엘 들어가고 선생님의 부탁으로 입시생들 레슨을 하면서
선생님과 저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은 입학하고 나서 더이상 열심히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걸 아시고는
네적성에 맞게 동양화를 시킬 걸 그랬다며 좀 아쉬워 하셨어요.
다들 무섭고 괴팍하다고 했지만
전 그선생님을 무섭다고도 괴팍하다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러네요.
마음 따뜻한 분이셨는데...
우린 그걸 몰랐던거지요!
보고싶은 선생님
지금쯤은 연세가 많이 드시어
어쩜 이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4년간의 대학생활 졸업하고 결혼하고
지금껏 전 제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늘 기쁘게 여깁니다.
아버지가 발견했던 제 적성을
선생님께선 아주 훌륭히 키워 주셨는데
아줌마가 된 저는 두분의 기대를 얼마나 채워 드렸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아버지께선 제가 훌륭한 화가가 되는 것도 원치 않으셨고
선생님또한 강요한 일이 없지만
결혼한지 십여년이 넘도록 그림다운 그림을 그려본 일이 없다는 것이
오늘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잠시
마음에 남는 선생님 생각이 나서 몇자 적었습니다.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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