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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가 흘렀습니다. 언제 만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어제는 갔고 오늘을 살고 있지만 어제를 남기지 못했습니다.그냥 없어져도 되는 날들처럼 세월이 쓰레기치우는 강물처럼 흘렀습니다.그사이 살도 찌고 더이상 예쁜옷도 입지 않습니다.비싼 옷은 겁이 나서 사지 못하고 나이도 잊은채 젊은애들 옷가게를 기웃거리다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돌아서고.친구들은 잘도 고급스런 옷도 걸치는데 왜이렇게 청승만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모을려는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그정도가 어쩔수없는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 슬픕니다.한번은 오랫만에 우연히 반가운 사람을 보고 아는 척 하려다가 내모습을 보고 등을 돌렸습니다.그시절 나의 맵씨있었던 모습을 기역하는 사람에게 펑퍼짐한 가꾸지도 않는 아줌마의 모습이 자신없어서.돌아서며 돌아서는 내가 너무 초라하고 싫었습니다. 그런데 오랫만에 한친구를 만나려 합니다. 그리고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웃기지도 않습니다. 매일매일 사람을 만나고 살면서 그들에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허접한 바지입고 허구한날 빈손으로 출근하면서. 지금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외모에 자신없어하는 내가 우습습니다. 내나이 오십을 넘어서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이 불쌍합니다.사실 외모만 늙은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내안에 아무것도 없는것 같은. 존재의 분실.아니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척한 세월을 이젠 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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