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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 날
이종배 - 충북 중원 덕신국교 6년
아침을 먹고 동생이 어머니께 "엄마, 오늘 저금하는
날이에요." 하니까 어머니께서는 언니에게 "정배야, 돈
얼마 남았어. 500원만 얘들 줘." 하셨다.
언니는 우리에게 500원을 주고 차를 타러 갔다.
어머니께서는 "백 원씩만 하고 남겨 와. 돈 없어 죽겠
어." 하시며 걱정되신 얼굴로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요즈음은 고추 값도 똥
값이고 모든 것이 다 싸서 내 먹을 것도 없어 어느 집이
나 돈이 짜친다고 한다. 나는 더 달라 소리도 못하고 학
교로 발길을 돌리며 "아이, 고추 값이 이래서 농촌 사람
어떻게 살라는 거지." 하고 중얼거리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언니, 수업료도 나왔다는데. 또 크레파스도 사야 되고
학용품도 더 사야 하는데 어머니께 돈을 어떻게 달래지.'
하는 생각을 하니 아무도 없는 곳에서 큰소리로 울고 싶
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리고 여름 내내 뼈아프
게 일하신 어머니 아버지가 불쌍한 생각도 들었고 고추
값을 안 올려 주는 나라가 미운 생각이 들었다.
*내먹을 것 : 팔아 먹을 것
짜친다 : 쪼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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