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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즈 아주머니. 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다른 오즈 가족 여러분들도 잘 지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곳에 발자국을 남긴 게 1년 전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졸업의 아쉬움과 더 넓은 세상으로 공부하러 간다는 설렘에 들떠 글을 남겼었습니다.
미국 워싱턴디씨로 유학온 지 1년 되어갑니다.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 자신했었는데 저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친구들 보고 싶고요, 한국음식도 먹고 싶고요, 언어 및 문화의 장벽도 느끼고요, 남들보다 빨리 여기서 적응하고 무언가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습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여기서 이방인이고, 여자이고, 동양인이라는,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매우 불편한 조건들울 갖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살아나가는 데 있어 걸림돌 혹은 한계가 될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한계들을 겁내거나 피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하루하루는 뜻깊습니다. 더 넓은 세상에 서 있으면, 겸손해지는 동시에 도전정신이 생겨납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일에 뛰어드는 것이 절 설레게 합니다. 미국이 모든이에게 평등한 곳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기회와 자유의 땅이라는 데에는 동감하고 있습니다. 워싱턴디씨가 꽤나 보수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행동 모두 한국에서보다 자유로울 수 있어 기쁩니다.
그리고 집안일 하는 솜씨도 많이 늘었습니다. 알뜰살뜰 장도 보고요, 친구들 초대해서 요리도 하고요, 손빨래한 후 셔츠를 탁탁 털어 널으면 마음이 산뜻해집니다.
무엇보다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애틋해집니다. 떨어져 있으니 사랑과 감사를 더 깊이 느끼는 이 아이러니는 무엇일까요. 바삐 길을 오가는 와중에도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가족들을 보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저 사실은 자기일밖에 모르는 무심하고 무덤덤한 딸이었는데 말이지요. 어서 돈 벌어 부모님 미국 구경도 시켜드리고 싶고 제가 산 집에 초대해 대접도 해드리고 싶고요. 너무 먼 훗날의 일일런지 모르겠습니다.
외롭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워싱턴디씨 날씨가 아름답다 못해 눈부실 때는요. 하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하는 이곳 친구들과 함께 내일을 향해 아직까지는 고꾸라지지 않고 잘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뜀박질할 수준까지는 안되는 것 같네요)
가끔은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것이 고픕니다. 보통은 잘 참아내고 있는데 오늘은 그냥 마음가는대로 하고 싶어서 잠시 이곳에 들러 안부를 전합니다. 이 자체가 제게 마음의 위안이, 힘이 되네요. 태평양을 건너서까지요.
놀랍게도 오즈 아주머니와 제가 인연을 맺은지가 올해로 10년째입니다. 아버지의 고향을 벗어나 서울로 왔던 때가 지난 2001년이었는데 그 때 이 소중한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작은 것 같지만 작지 않은 이러한 삶의 신비들에 감사하며 삽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워싱턴디씨에서 구수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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