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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 想
시애틀에 계시는 유상님의 글 모음
전변(轉變)의 가을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다.
하지만 허우대가 헌칠한 침엽수(針葉樹)가 일년 내내 푸르름을 뽐내는 상록의 고장 워싱톤주에서는 가을 낙엽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커피 머그를 움켜쥐고 창(窓)가에 서서 지리하게 내리는 가을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다행 이라고나할까 창밖에 둘러서 있는 나무들은 그 흔한 상록수가 아니라 낙엽수(落葉樹)들이다.
하염없이 내리는 가을비 속으로 낙엽들이 투신하고 있다.
하나, 둘, 셋.... 하느작 하느작 가을의 화신(化身)들이 내려오고 있다.
커피맛이 한층 씁쓸하고 새삼 가을이 깊게, 더 깊게 느껴진다.
가을은 전변의 계절이다.
우리에게 변화의 철리(哲理)를 실감하게 하는 계절이다.
모든것은 변화한다. 그리고 변화는 아름답다.
자연은 이런 변화를 아무 저항없이 순리로 받아 들일줄 안다.
하나, 둘,.... 아랑곳 없이 떨어지는 낙엽이 그걸 말해 주고있다.
모든것이 천류유전(遷流流轉)하는데 우리 인간들은 짐짓 모르는체 하고 아닌체 하고 끝내는 앙탈을 부리며 변화에 항거한다.
때가 왔는데도 나무잎들이 울긋 불긋 물들기를 거부하고 떨어져 내리기를 거부한다면 가을이 얼마나 추(醜)한 모습일까? 사람도 마찮가지이다.
닥아오는 변화를 외면한다면 추한 모습이 될거다.
하나. 둘, 셋,... 가을비에 젖어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을 한층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그것은 분명이 후리 훨(Free Fall)의 자유다.
자유낙하(自由落下)하는 낙엽처럼 우리의 삶도 자유 스러워야 한다.
갈것은 보내주고, 줄것은 주고, 넘치는것은 덜어내고, 모자라는것은 체워주자. 앙갚음으로 응얼진 꽁한 마음도 풀어 버리자. 없으면서도 있는체하는 허풍선이, 있으면서도 없는체 하는 고린자비, 모르면서 아는체 하는 병자(病者)도, 알고도 모르는체 하는 앙큼이도 전변의 가을 앞에 속절 없는 것들이다.
안간힘 쓰며 엮어온 집착의 사슬을 끊어 버리자.
다 떨쳐버리자. 자유낙하 하는 낙엽처럼...
그래서 텅빈 마음으로, 아니 그 빈마음 자체도 없는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르러 낙엽처럼 홀가분한 삶을 살아보자.
떨어지는 낙엽은 어느날 새싹으로 돋아 날 것이다.
과거는 현재로 되살아나고 현재는 미래로 엮어진다는 연기(緣起)의 법칙을 깨닫자. 하나, 둘, 셋.... 가을비를 타고 내리는 낙엽들이 창밖에서 무상전변(無常轉變)을 설법(說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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