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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침묵하면
향내를 피울 수 있겠구나
희망적인 소식이다
나무는 늙거나 젊거나 볼 품 있고
늠름할 수 있는데
사람이 늙어도 그러할까
뒤틀리고 휘돌아진 나무도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아름다이 여겨질 수 있건만
사람이 뒤틀린 것은 참아내기 힘들다
나도 오래 침묵 했는데
이만큼의 침묵이면 향내를 피울때도 되었는데
내게서 향이 난다는 사람은 없고
나는 나를 빨랫줄에 걸어 말리거나
그림속 풍경처럼 고요히 살거나
삶에 아무런 미련도 없이
훌훌 떠날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오즈
향내에 실려
설태수
십 년도 더 넘은 세월
그 오랜 침묵의 굴 속을 지나온
행운목 꽃내가, 오늘 저녁
온 집안을 진동시킨다.
봄마다 라일락 향기를 부러워해서인지
아카시아 향내를 질투해서였는지, 아니면
노을빛을 목말라한 향기였는지.
해진 뒤에 木船처럼 밀려오는
이 향내에 실려
떠내려가고 싶다, 때론
뻘 같은 삶에 아무런 미련도 없이
낡은 목선에 실린 듯, 향내에 담겨
멀리멀리 떠내려가고 싶다.
삐걱이는 소리에 호흡 맞추며
아주 멀리
떠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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