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5시를 넘으니 골짜기는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날이 흐리니 숲이 짙고 골짜기이니 그런가보다. 나는 버스시간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 진주로 나가야 하는데, 비 맞은 옷과 몸을 씻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거의 뛰다시피 거림 방향으로 걸었다.
내 특유의 산길 걷는 방식으로 걸었다. 나는 몸의 힘을 거의 다 뺀다. 지고 가는 배낭이 가벼워졌으니, 하산하는 길은 내리막길이니 힘을 빼고도 내려갈 수가 있다. 그리고 산길이란 게 곧은 길이 아니라 좀은 꼬불꼬불하고, 땅의 디딤돌과 흙도 발을 디딜 곳을 보며 내딛어야 한다. 크게 보면 내려가지만 발자국 발자국은 올려 딛어야 할 때도 있고 옆으로 내 딛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 깊은 산중의 하산하는 산길이다. 헌데 이런 걷기 어려운 길을 뛴다는 것은 힘을 넣고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힘을 거의 빼고 흐느적 흐느적거리며 흔들며 걷는다. 좌우의 무게 중심이나 흔들림의 중심을 흔들리는 배낭이 잡아주기도 한다.
배낭을 몸에 꼭 맞게 매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배낭은 배낭대로 흔들리면 내려온다. 그러나 배낭이 제 혼자 제 맘대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의 중심에 매달려 흔들기 때문에 내가 한쪽으로 갑자기 기울어지면 배낭은 반대방향에서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 이런 배낭 맨 모습을 보고 힘이 들겠다든지 불안정하게 보인다든지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난 이렇게 대답을 하곤 했다.
"사람들은 사람이 배낭을 매고 가지만 나는 배낭이 날 달고 갑니다."
무슨 우스개 소리를 한다 싶겠지만 나는 실제로 이런 배낭 덕으로 안 넘어지고 쉽게 산을 오르고 내려간다.
올라오는 사람도 없고 내려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거림골자기를 한30여분을 내려왔을 즈음에 혼자 터벅터벅 내려가는 중년의 아저씨가 나타났다.
걸음의 속도는 나에 비하면 느린 것 같으나 보통 이 때쯤 하산하는 사람들의 속도로는 늦은 편도 아니고 어깨에 맨 배낭의 크기와 산행 차림으로 보기로는 그리고 이 시간 혼자 하산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산행에는 자심이 있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걷는 모습은 힘들어 보이고 지쳐있었다.
나무다리 하나를 건너고 있었다. 아래로 골짜기 불은 물이 물소리를 내며 상어의 흰 이빨 처럼 물보라가 뒤집히며 일어나고 있었다.
"진주 나가는 막차 시간을 아십니까?"
"여름이니 좀 늦게라도 있지 않겠어요."
그는 아는 사람처럼 말했다.
"6시전에는 내려가야 막차를 타지 싶습니다."
나는 확실하지는 않으나 거림골을 잘 아는 처지라 감으로 그리 생각이 되었다.
실은 6시 막차를 탈 요량으로 이리 바삐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내려가시면 승용차가 있습니까?"
하고 다시 내가 물어보자 그는 서울서 왔다고 하면 내일 가면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제 저녁에 진주서 대원사까지 버스로 와서 유평 마을에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내가 그 코스를 걸어봐서 잘 안다. 꽤 먼 산길이다. 적어도 20여 키로는 걸어와야 되는 길이다. 자고 내일 서울 간다면 오늘은 피곤하니 세석에서 자고 내일 출발해도 되는 일인데 힘들어하면서 내려가는 데 혼자 생각하였다.
나는 갈 길이 바빠서 먼저 가겠노라고 하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뒤를 자꾸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는 금방 저만치 뒤떨어지고 있었다. 앞서 가던 나는 그가 다시 내 뒤까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 길은 다녀 보았는지 물었다. 그는 초행이라고 했다. 날은 이제 곧 어두워질 것이다. 그리고 길은 초행이고 지금 시간에 지나는 사람은 없을 것인데 몸은 지치고 난 그를 두고 먼저 내려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그만 그를 데리고 내려가기고 마음을 먹었다. 할 수 없지 난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오늘의 길인걸.
사천의 두칠이
| |
| |
윗글 :
  처음부터 읽고자 하시는 분, 퍼 가고 싶은 분
| |
| |
밑글 :
30  득음의 경지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