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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마음이 서산해 저녁무렵
오랜만에 연못가를 찾았다.
새우깡 한봉지를 들고서...
오치리가 즐겨 먹는 간식 거리다.
해는 뉘엿뉘엿지고 땅거미가 온 대지를
기어들 무렵이다.
등반을 마친 사람들이 귀가 하느라
주차장은 분주했지만 연못가는 한산했다.
오치리 일가를 찾기위해 두리번 거리는데
지들이 날 먼저 알아보고 소재지를 알려온다.
둑밑 풀섭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근데 오치리는 보이질 않고 하얀 물체가 풀섭에
삐죽히 보였다.
오칠아 하면서 둑밑으로 내려가니 청둥오리
아니 흑치리 세마리만 날 반긴다.
얼른 새우깡을 몇 주먹 던져주고
하얀 물체 곁으로 가니...
오치리가 몸을 옆으로 뉘이고 축 늘어져 있다.
오칠아~ 이름을 부르며 흔들어 깨웠지만
기척이 없다.
아직 몸도 따뜻하고 날개는 물기에 젖어 있다.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섰는데 흑치리들은
꽥꽥 거리며 새우깡에 목을 멘다.
흑치리중 암컷 한마리도 저번주에 실종 됐는데...
몸의 기운이 쏙 빠져 버린다.
지난 2년 넘게 나의 친구이자 자식처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얘기도 하고
부르며 물살을 가르고 쫒아오며
큰소리로 대답해 주는것이 기특해
밥과 간식거리를 가져다 멕이면서
흐뭇해 하고 많이 이뻐했는데...
또한 나의 낙이었는데 영원히 볼수 없으니.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햇살이 가득한 곳에 묻어주고 오고 싶었지만
연장이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 무사했으면 싶다.
묻어 줘야지.
근데 왜 죽었는지 의문 스럽다.
비록 다리는 다쳐 절고 있었지만 건강했는데...
내가 넘 오랫동안 먹을거리를 안줘 배고파 그랬을까?
아님 누가 약을 멕였을까?
강태공들이 항상 연못 주위에 진을 치고 있는데
낚시 바늘을 삼켰을까?
암튼 나로선 슬픈 일이다.
이제 남은 흑치리들이라도 잘 챙겨야겠다.
창원에서 슬픈 제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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