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2-아버지 ◈
-김영천
야근을 마친 근로자 하나가
이른 새벽길을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간다
자전거 뒤에는
남편의 자존심이나 아비의 명분 따위가
꼭꼭 묶인 채 실렸을까
가뜩 실린 짐에도
한 것 가벼워진 페달을 밟으며
박자를 맞춘다
고통이나 고뇌도,
근심이나 걱정도,
스멀스멀 물러서는 어둠 속으로 서둘러 달아나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그의 앞에는 이제
어떤 장애도 없다
흑백사진 속의 그 가난했던 아비도
오늘은 차마 오셔서 음복하실까
갑자기 그는 마음이
바퀴살보다 더 급해진다
숲속에서 수런수런거리며
깨어나던 바람들이 잽싸게 달려와
그 순한 등을 토닥거리며
쓸어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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