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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귀향
세석산장 샘터에는 벌거벗은 장정들 여럿이 목물을 하고 있었다. 비속에 목물이라 빗물로 씻는지 샘물로 씻는지, 샘물이 무척 차가울 것이다. 군대 팬티 같은 메리야스 사각 팬티하나만 걸치고 물싸움을 하며 샘터가 씨끌벅쩍하였다.
갑자기 저들로부터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들의 젊음과 기백이 전이되어 왔다.
"멋지다. 야!"
치던 장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웃음을 지어 주었다.
"보기 좋다 말이다."
"아..예 감사합니다."
다시 물 소금 장난을 치며 웃고 뛰고 소리치며 놀고 있었다.
샘터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물 고랑에 억새 푸른 잎새가 가느다란 손가락을 길섶으로 떨어뜨리고, 좁은 폭 잎새에는 보석같이 영롱한 진주 이슬을 알알이 달고 있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굴러 떨어지고 말 것 같은 이슬들, 손 한번 스치면 툴툴 구르고 말 것 같은 이슬들이지만 결코 그리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 쉽게 떨어질 몸이라면 이렇게도 아슬아슬하게 풀잎 한 자락 끝에 매달리 못했을 것이다.
철쭉꽃이 환상으로 피는 세석에는 지금은 꽃은 다 지고 화전 같은 잎들이 비에 젖어 고개를 조금씩 아래로 내리고, 겨울에 눈 두엄을 이고 섰던 구상나무는 짧은 머리 물에 감고 나온 바늘잎새를 뽐내고 서 있었다.
삼라만상은 다 계절이 주는 은혜를 입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오직 눈 오고 바람 불던 긴 겨울의 외로움을 다 잊고 여름비가 주는 생명수의 은혜를 누리고 살아 갈 뿐이다. 샘물이 개울물이 되고, 개울물이 냇물이 되고, 냇물이 계곡 물이 되고 있는 이 산중에는 봄날 울던 뻐꾸기는 또 따라 울던 휘파람새는 어디 가고 빗소리만 개울물 소리만 산중을 울리고 있었다.
산을 내려가는 골짜기 길은 대개 섬물 같은 돌을 딛고 내려가야 한다. 흙산이지만 골짜기에는 돌로 이어져 있다. 돌계단을 얼마나 딛고 내려가야 할까? 묘하게도 이런 돌의 연결로가 길이 되었다.
세석산장에는 절터가 있었다. 탁영 김일손의 두류기행록에는 세석의 영신봉에서 대성골로 내려가는 길목에 영신암이라는 절이 있었다고 되어있다.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에 의하면 이륙, 김종직, 김일손, 남효온, 조식선생 등이 있으며 그 당시 산행의 길잡이는 스님이었으며 산장은 산중 절간이었다. 그리고 선비들은 여러 하인들을 데리고 쌀을 지고 놀이패, 소리꾼을 앞세우고 행차를 하였던 것으로 나와있었다.
허나 지금처럼 산골마을 까지 차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니 천왕봉을 올라 갈 요량이면 덕산 까지는 민가가 있어 쉬이 접근이 되나 덕천강을 따라 중산리까지는 말이나 도보로 가야하는 길이니 지금 중산리에서 천왕봉 오르는 시간에 비하며 훨씬 어렵고 먼길이었다. 중산리에도 마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절이 있었고 또 법계사도 있어 가다 묶어 갈 수가 있었다.
저 선비들은 지방 관아의 수령들이니 스님에게는 상전이라 밥을 짖고 찬을 올리는 일에 결코 소월 함이 없이 행차를 했다. 그런 후에는 지고 온 쌀을 시주로 남기고 또 산을 올랐다고 되어있다.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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