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이여♣
- 김 영 천 -
어둠이 폭설처럼
내렸다.
참 어이없게도 세상을 모두 지우고
겨우,
너와 나 그리고 가까이 있던
시간이나 사물,
그런 것들 몇 개만 남기었다.
이렇게 감쪽같이 지워질 것이면서도
세상은 도대체 왜 그리 제 주장이 강하였던지.
이기거나 지는 싸움 끝에 돌아온 선수처럼
지친 하루가 곁으로 눕는다.
이상이나 어떤 사유들,
애증 또는 근심까지도
모두 깊은 잠의 자락으로 덮고
한 자락 바람이 된다.
어둠이여,
그대의 용서는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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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통한 자각
세상을 살고 가는 일은 한 줌의 바람이다. 바람인 줄 알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이나 욕심에 매달려 사는 일을 싸움처럼
매달려 살기도 한다. 그러나 어둠은 이기거나 지는 싸움 끝에
돌아온 사람들을 모두 지운다. 우리가 갖는 이상이나 사유,
애증, 근심까지도 어둠은 잠으로 덮고 그것들을 내보이지 않는
다. 시인은 이것을 밤의 용서라고 말한다. 생각하면 일체의
것들을 소유하려는 시작부터가 채워지지 않는 것임을 알았다면
이런 모든 것들은 덧없이 부질없는 무용한 표상들이다. 감쪽
같이 지워질 주장이란 걸 알면서 어둠이란 화해의 장에 들어
일체의 바람이란 걸 자각하는 사람들. 어둠이 폭설처럼 내린
밤에 어둠을 응시하면서 삶의 방향과 길을 찾아보라는 시인의
근엄한 경고와도 같은 시다. 흔한 주제이면서 우리의 삶의 경계
에서 진부하지 않은 언어로 엮어낸 경륜의 시라 하겠다. 어둠의
용서가 어디까지인지 폭설처럼 내린 어둠에 앉아볼 일이다.
<조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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