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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동안 뱉아내는 무수한 언어들
그중 뾰죡한 것이 몇이나 될까마는
언어는 소리내어 자라지 않는데 반해
내 머리속에 가둬진 생각들은
때로 물을 주지 않아도 자라고
솎아주지 않아도 알맞은 간격으로
싹을 튀워 열매를 맺는다
때로 내 삶이 쓸쓸하고 외롭다고 생각 되다가도
아버지 살다가신 모습 그려볼 때면
치열하지도 땀 흘리지도 않은 것을 싶다
이 아침.
쓰잘데 없는 생각 들일랑은
열무김치에 비벼 싹싹 먹어 치우고
하늘 한번 보고 땅 한번 보고
그저 감사 하다
오즈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김종해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자 한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
와 알타리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
무와 알타리무는 이레 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
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
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
나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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