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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달 좀 멋지게 찍어 보자고 오밤중에
산에 두어번 오른 적이 있었다.
결국엔 만족할 만한 결실없이 포기수준으로 끝났지만.
요샌 일몰을 찍어 보겠다고 좀 설쳐댔다.
운동삼아 토요일 오후 항상 산에 오르니
기왕이면 님만나고 뽕도 따자는 생각에
해 넘어가는 시간 맞춰 몇번을 올랐다.
오늘이 네번째 쯤 되는가 보다.
남들 다 내려오는 해질녘에 나 혼자
거꾸로 땀 뻘뻘 흘리며 오르니 걱정스레
말 건네주는 등산객들도 제법 있다.
내려올땐 오밤중 되니 후래쉬에 의존해서 조심조심..
구름에 잔뜩 가려서 맘에드는 장면 실패..
시간을 놓쳐서 실패..
맘에 드는 장면 만나도 일천한 실력이
실력이 아닌지라 맘에 드는 사진 실패..
몇번 실패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태풍뒤 유별나게 맑은 하늘
푹푹 찌는 폭염의 한낮을 지내고 찬스다
싶은 생각에 산에 올랐다.
한가지 주제를 설정하고 유심히 보니 평소에
모르던 장면들을 보는 안목이 좀 나아지는 것 같다.
해 넘어가는 장면도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참으로
각양각색이다. 오늘 예상대로 쾌청한 날씨 답게
꽤나 괜찮은 일몰 장면을 만났다.
실패했던 사례를 되짚어 보고 집에서 부터
미리 생각해 두었던 방법을 동원해서 잽싸게 20여장
셔터를 눌렀다. 생각보다 아주 짧은 시간..
폭염의 한낮.. 그토록 광란하던 태양도 별수 없이 피곤에
지친듯 반쯤 눈감고 서산에 걸쳐 사라지는 모습이
측은해 보이는 그런 장면이 좋았다.
어둠이 깔리는 산정상 숲과 바위와 바람이 그처럼
좋을 수 없어 바위 위에 온몸을 밀착하고 한참을
드러 누워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 속을
온통 텅 비운 상태로 그저 숨만 쉬면서..
하루 열기에 잔뜩 달구어진 몸을
시원스레 식혀주기에 제격이었다.
내려오는 길.. 몸이 솜털처럼 가볍다.
찍은 이십여장 중 가장 낫다는 사진 하나.
태양의 윤곽이 저렇게 밖에 표현 안되나? 불만..
주변에 구름들이 좀 더 어울어져 있었으면..
밝고 어두운 색깔이 너무 극명한 것이 분위기에 언발란스?
기대했던 감동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
역시 초짜 반푼이 실력에 한계는 있다.
좋은 사진들은 많이 봐서 눈은 높아져 있는데.. 별수 없군.
그냥 이 정도로 자족하고 일몰이란 주제는
오늘로서 접기로 그리 맘 먹었다.
사진.. 이거 주말 등산에 하나 더 얹어서 그냥저냥 괜찮아
보이는 플러스 취미로 그리 생각 하기로 했다.
S1/650, F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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