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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새벽 때르릉 시계에 맞춰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딸랑이 깨워 목욕탕 밀어 넣고 차분이 학교 보내고 한식경 지나 달푼씨 깨울라 치면 흔들고 뒤집고 한바탕 소동을 벌여 겨우 끌어다 식탁앞에 앉혀 놓으면 달푼씨는 먹순이 차린 음식이 무엇인지 먹순의 코가 삐뚤어졌든지 말든지 도통 관심없이 아침에 배달된 신문 쪼가리 들고 이리 부시럭 저리 부시럭...
밥을 먹는 것인지 밥알을 세는 것인지 세월아 네월아 신문만 붙들고 씨름하다 숟갈 놓고 출근한다. 달푼씨야 그러건 말건 먹순은 달푼씨 곁에 앉아 "자긴 참 잘 생겼다아∼" 하기도 하고 신문 기사 읽다 사래 들린 달푼씨가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얼른 국물 먹어!" 하면서 등도 두들겨주고 어떻게든 한숟갈 더먹여 보려고 숟갈 위에 가시 발린 생선도 놓아주고. 요것조것 잔뜩 집어다 달푼씨 밥그릇 위에 수북이 놓아도 보고. 겨우 한숟갈 떠서 우물우물 씹던 달푼씨가 아무 반응 보이지 않을때도 혼자 "이것 맛있지?" 하며 또다시 집어 놓아주고...
"응" 하는 대답 한마디 없이 그저 오물오물 씹다 신문쪼가리 다른면으로 뒤집느라 바빠도 아무 불평없이 달푼씨 얼굴 쳐다보며 히죽해죽 웃어주고... 저녁늦게 들어와 쓰러져 자느라 얼굴 볼 새 없고 술먹고 들어와 치닥거리 하느라 집안 얘기며 아그들 얘기며 당최 말한마디 나눌 시간 없이 살면서 아침밥 먹을때나 겨우 얼굴 보는 달푼씨는 먹순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마다 신문쪼가리에만 눈길 주다 출근한다.
오늘 아침이라고 무에 다를쏘냐! "자기 요새 바뻐?" "응" "뭣 땜에" "응" "남들은 모두 애들 과외 시키느라 야단인데 우린 학원이래두...?" "..응." "행조네집 김치 냉장고 무지 좋던데..우리도 김치 냉장고 살까?" "응" 달푼씨가 그러는 중에도 먹순은 달푼씨 머리꼭지 뒤져 흰머리칼 한두오라기 뽑고 멸치볶음이며 계란 부침개며 놓아주고... 혼잣말이 시들해진 먹순이 신문 홱 나꿔채고 하는 "깍꿍!"에도 덤덤한 달푼씨...
마지못해 한숟갈 겨우 뜨고 신문 밀쳐 두고 말없이 옷갈아 입고 출근 앞으롯!..... 우이씨∼∼∼두고 봐! 둥근해가 뜨고 새로운 아침... 달푼씨가 밥먹으려고 식탁에 앉으니 먹순은 달푼씨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신문 쳐들고 뿌시럭 뽀시락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그 부시럭거림이 천둥소리같다. "여보야, 시끄럽다!" "죄송해요!" 상냥하게 대답하고는 혼자 큭큭 웃다가 뽀시시 신문 뒤집다가 쯧쯧∼혀를 차며 나쁜놈들 하다가...
밥 먹던 달푼씨 요상한 먹순의 행동에 신문 홱 나꿔채며 "여보야, 니 지금 뭐하노?" "신문 보고 있아와요! 나으리..." "조용한 아침에 나으리 밥 묵을라카는데 시끄럽구로 뭐하노?" "호호호 난 또∼ 나으리께오서 부창부수.. 여필종부 하시기에 쇤네도 나으리 뜻을 받자와 오늘부터 밥상머리에서 신문 쪼가리 부시럭대기로 작정 하옵고 조신일보 동와일보 둘을 넣어 달라 일러 두었아오니 부디 나으리 취향에 맞추어 맘껏 뿌시럭대시와요!.... 깔깔깔 킬킬킬.. 뽀시락. 뿌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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