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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자연석 벼루와 붓을 선생님께
선물로 받고 인연을 끊고 지냈던
서예원을 하시는 선생님을 뵈려고
광주 서부서 근처에 갔다가
두 손이 묶인 채 서있는 죄수를 보고 왔답니다
차라리 제 눈에 띄지 말지
하필 고때...
최근에 머리를 빡빡 밀었는지
두상이 회색 빛으로 반짝이더군요
얼마나 큰 죄를 졌길래
두 손을 뒤로한 채
꼼짝도 못하게 노끈으로 묶인 채 호송차를 기다릴까
속없이 난 그 죄수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보았죠
어째 육감이 이상했던지
그 죄수는 오랜정원을 향해
입술의 움직이더니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이더군요
순간 저는 가슴이 멎을 뻔했답니다
아고
소처럼 순한 눈매에 서글서글하니
죄지을 사람으로 보여지지 않은데
무슨 죄를 지어 가지고 저리 되었을까
양옆에 두 경찰이 팔장을 끼더니
호송차에 죄수를 태우고 어디론가 가더군요
오랜정원 마음이 참말로 좋지 안았답니다
좀 참지 어째 죄는 지어 가지고서는......
참으로 오래 전에 오랜정원이 사찰순례 할 적에
목포를 출발해서 제주도, 부산을 거쳐 올적에
마침 진주 교도소에
모 교화스님께서 죄수들을 모아놓고
좋은 말씀을 전하시고자 오셨을 때
오랜정원도 그 스님과 함께 동행해서
난생처음으로 교도소라는 곳을 가본 적이 있었답니다
늦가을인데도 꽤나 추운 날씨였는데
모두들 맨발인 채로 푸른 옷을 걸친
죄수들이 강당에 모였는데 글쎄 죄지은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요
정말 놀랬었답니다
오랜정원은 그곳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25년간 복역 중이였는데
2개월 후면 사형이 집행이 될 거라는 것이 확정된
마흔하고도 일곱 살이나 더 먹은 죄수 한 분을 만났었답니다
고때
오랜정원 나이에 스물 하고도 한 살 더 연배 였으니까
참말로 오래 전 일이네요
그 사형수와 스님께서 주고받는
대화 중에서 저는 지금도 잊히지 않은 말이 있답니다
그분이 스님께 그러시더군요
스님
제가 아무리 마음이 교화되어서 바른 마음으로 나간다고 해도
한 번 해본 놈은
두 번 하기가 훨씬 쉽겠지요
저 같은 놈은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됩니다
여기가 좋습니다 라고 말을 하더군요
저와 함께 동행한 스님께서 말을 잊지 못하시더군요
그 후로 그 사형수는 2개월 뒤 사형되었다는 말만 스님께 들었답니다
오랜정원은
그 사형수에게
제주도에 사시는 스님께서 선물로 주신 책들을
몽땅 다 주고 왔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정원이 아주 아끼던 책들이였지요
가끔 아주 가끔
그 사형수 아저씨가 생각이 나곤 했는데
오늘은 그분 생각이 많이 납니다
죄는 미워도 정말 인간은 미워하면 안되겠지요.....
*제가 무식하다보니 그때 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했답니다
친정 아버님께서 저에게 항상 하시는 말씀이요
미련한 놈에게는 세상이 시커멓게 보이는 것이여
아버지
저는 산에 다니면서 다른사람보다
하얀 백사같은 뱀이
왜 그렇게 제눈에만 많이 보일까요 말하면
저더러 그러시거든요
미련하고 무지한 놈에게만
백사가 잘 보인다면서 기를 죽이곤 하셨답니다
그 뱀을 잡을 줄 모르는 너 같은 놈 앞에게만 잘 나타는 것이다 라고요
맞는 것 같아요
오랜정원의 마음속엔 많은 이야기가 잠자고 있거든요
머리가 석두라서 잠자는 이 추억들을 영원히 깨우지 못하고 죽으려나 봅니다..
누군가 그러실것 같아요..넥끼~ 이 사람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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