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랑, 내 가슴에 타오르던 사랑 ***
“하늘엔 별이 있고 들에는 꽃이 있고, 그리고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지요.”
괴테는 이렇게 말했지요.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다, 라고 말입니다.
사랑, 내 가슴 속에서 타오르던 사랑. 별과 꽃과 사랑이 하모니를 이루어 나를 그토록 황홀하게 해 주던 지난날 여름. 그러나 모든 것은 끝났구나. 그 아름답던 기억이 이렇게 괴로울 줄이야.
장미꽃이 덩굴져 피어나던 어느 봄날 밤, 나는 버릇처럼 손 피리를 불며 옥상으로 올라갔지요. 옥상에는 나만이 노리는 나의 자리가 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그 자리에 앉아 신선한 밤공기를 쏘이며 손으로 새소리며 내 자유의 소리를 만끽합니다. 그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나의 큰 즐거움입니다.
그렇게 지나던 날 장미꽃이 덩굴져 피어나던 어느 날밤. 그 날 밤은 유난히도 장미 향기가 짙었습니다. 습기 찬 공기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장미향기에 취해서, 나의 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옛날의 시간으로 돌아가 보면, 이런 이야기가 문득 하고 싶어지네요. 그날 밤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창문턱에 걸터앉아 옆집 창가에 그 여학생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았지요. 그 여학생도 내가 자기를 의식했다는 것을 알자 당황해서 얼른 커튼을 내렸습니다. 내 가슴엔 묘한 흥분이 일었습니다. 그때 일이지만 나는 수줍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 후 나는 그 여학생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그 여학생은 다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두 번 다시 그 학생을 볼 수 없었던 것은 그 후로 어디론가 부모를 따라 이사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렇구나, 새로 이사 온 집이구나” 그런지 며칠이 지났어요. 나는 어느 때처럼 라디오를 들으며 그 학생을 생각하고 반짝이는 별을 보며 생각을 하는데 어디에선가 장미향이 은은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니 별빛이 더 좋았을까. 별은 내게로 웃음 지며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우연히 집 모퉁이를 돌아갈 때였습니다. 일요일에 장미 빛이 향을 내 품던 조용한 아침 어디 외출을 하려고 나가는데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얼굴이 하얀
아가씨가 지나치며 마주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전에 정면으로 본적은 없지만 직감적으로 그 학생이구 나를 알아보았지요.
“전에 옆집에 사셨지요?”
내 돌연한 질문에－사실 나 자신도 내가 그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에 놀랐으니까－그녀도 놀란 빛이었어요.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이사 갔어요”
“만나 뵙게 되여 반가워요”
우리는 그 일요일 하루를 즐겁게 보내었습니다. 서로가 다른 목적으로 집을 왔다가 그 원래의 목적 같은 것은 너무나 시시하고 미미한 것으로 느껴졌다. 함께 있는 시간은 참으로 즐거웠지요. 장다리 밭으로 연못가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우리는 서로가 만날 것을 예감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 시키고 또 서로를 받아 드렸지요.
그 여학생은 K여고 3학년 나와 동급생이었지요. 그 여학생은 많은 문학작품을 읽은, 감성이 풍부한 학생이었지요.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정말 꿀처럼 흐르는 달콤한 세월이었지요. 여름날 밤, 내가 뒷산에 오르면 항시 약속이나 한 듯 따라 나서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수많은 별들을 팔 베게 하구서 하나 둘 세며 맑게 훅 페인 눈동자가 그렇게 시원했을 수가 어디 또 있으랴 그 때의 청순한 시간들을 이야기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지지요.
그런데 가을에 들어서면서 그녀는 얼굴이 더 창백해졌지요. 그리고 학교에도 며칠씩 결석을 하곤 했습니다. 심하게 몸져누워 앓았습니다. 나는 그녀와 함께 고궁을 갈 수도, 오솔길을 같이 걸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가을의 낙엽과 함께 죽음의 사신은 그 검은 날개를 너울거리며 그녀를 춤추게 하였습니다. 그 언젠가를 생각게 하는 추억 속으로 훨훨 날개를 펴고
저 하늘로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영영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 안타까운 불가항력의 힘에 대항할 길이 없었어요. 괴로운 시간이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으리라, 그렇게 내 마음의 장송곡은 검은색의 현란한 빛으로 마지막을 장식했어요. 가을이 울부짖는 슬픔 속에 그녀는 그 길을 걸어서 영영 두 번 다시 오질 안았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그녀는, 다시는 볼 수가 없나니!
지금도 옛일을 생각하면 장미와 별이 빛나는 밤은 항시 옛 추억을 가끔 생각나게 합니다. 그녀는 어디에서 향기에 취해 있는지 아니면 무엇을 하는 걸까를 생각하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