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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님께서 물빛에 올려 두신 것을 살짝 퍼 왔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은
거의 집에서 애기를 낳았던 것 같습니다
아악~ 소리를 여러번 들엇던 기억이 있고
대문에 금줄이 쳐진 것도 쉬이 볼 수 잇는 풍경 이었지요!
산파라는 할머니들이 동네에 한두분 사셨던 것 같은데..
일본에는 지금도 산파가 있다고 하대요!
옛날 생각 하시면서 읽으시라구요
목련님은 글속에 등장하신 그대로
넉넉하고 포근하신 분입니다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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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기(아주 오래전에 쓴글2)
그때 우리는 내당동의 한옥에 살고 있었다. 식구는 넷 뿐인데 방이 네개나 되어 볼일이 있을때 집도 맡길겸 해서 아랫방 하나를 세 놓았다. 세를 든 사람은 시골 사람으로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 부부였다.남편은 양복점 종업원이었는데 수입은 그리 좋은 편이 못 되는듯 했다.
남편도 그렇지만 새댁은 퍽 얌전하여 말 수가 적었고 부업으로 손수건 가장자리를 레이스뜨게질 하거나 양말 공장에서 생산한 양말을 마지막 마무리하는 일을 했다. 소꼽살림 같이 그릇 몇 개, 냄비 몇 개 뿐인 살림에 시골서 오는 손님은 많은 편이어서 새댁은 그때마다 국수 한 뭉치와 호박 하나를 사 들고 들어오곤 하였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는 동안 새댁은 애기를 가져 배가 점점 불러오기 시작하였다.
"출산이 언제냐?" 물으면 부끄러워서인지 늘 "멀었다" 고만 대답했다. 새댁의 대답이 그러하니 자꾸 묻지도 못하고 선천적으로 걱정이 많은 편인 나는 새댁의 배가 점점 불러 오는걸 보고는 부근에 마땅한 병원도 없는데 밤중에 출산을 하면 어떻게하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집앞 전봇대에서 ㅇㅇ산부인과, 전화xx국에 xxxx번이라는 선전문을 발견하고 급하면 그 병원으로 보내면 되겠지하고 생각했다.
몹시 더운 여름 어느날, 늦게야 자리에 누워 살풋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니 새댁 남편이었다.새댁이 출산 기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1시가 넘어 있었다. 집 가까이에 산부인과는 아니었지만 병원이 하나 있었으므로 거기에라도 가 보라고 했더니, 가보니 의사 선생님은 외박을 하고 집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시내 좀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친척 할머니를 모셔 오겠다며 새댁 남편은 가 버렸다.
나는 너무나 놀라고 당황했지만, 우선 손을 깨끗이 씻고 출산했을 경우 아이를 씻길 물을 연탄불 위에 떠 얹고, 새댁에게 물어보니 미역이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해서 우리집에 있는 미역을 물에 담궜다. 그리고 출산을 앞 둔 산모가 화장실에 갔다가 애기를 화장실 안에 빠뜨렸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우리집에 있는 변기를 갖다 주었다. 새댁은 어머니가 되기 위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나를 꼭 붙들어요."
"아프면 소리를 질러요."
"그렇게 앉아서 애기를 틀면 허리를 못 쓴다는데 누워요."
나는 신들린 여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마주 껴 안고 앉은 우리 둘은 땀 투성이였다.
윗 방에는, 출근시간 30분전 까지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그이가 일어나서 대기하고 앉은지 오래다. 그이는 병원에 같이 가 보라고 권했지만 병원이 멀어 가다가 출산을 하게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보호자는 없고 산모가 병원에 갈 생각을 않는데 억지로 데려 갈 수도 없어 우리 둘은 같이 껴안고 땀만 흘리고 있었다.
초산이라 진통시간이 길테니 출산하기 전에 친척할머니를 모시고 애기아빠 될 사람이 나타나겠지하는 나의 바램은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새벽이라 차가 없어 걸어 갔다 오느라고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산모는 이제 출산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밤중이라는 것도 잊고 우리집 앞에 있는 이웃 할머니집 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두드리니 잠에 취한 소리로 누구냐고 물어 사유를 이야기하니, 문도 열지 않은 채 "나는 가리는 사람 (미신을 지키는 사람)이라 애 낳는 데는 가지않는다."고 말했다. 도회지 인심의 비정함을 나무랄 틈도 없이 전봇대의 광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의사 선생님의 왕진을 간곡히 청했지만, 간호원이 전화를 받아서 산모를 데려 오라고 냉정히 이야기하고 딸깍 끊어 버렸다.
얼마를 더 신음하다 애기가 "응애"하는 소리와 함께 나와 버렸다. 탯줄은 잘라야겠는데 병원에서의 나의 두 번 출산은 이 경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고등학교 때 가정시간에 태를 자르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기억이 어슴푸레 한데다 잘못 자르면 귀중한 생명을 좌우하는 문제라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산모가 시골서는 헛간에 걸어 둔 낫으로 탯줄을 잘라도 괜찮더라고 하면서 나에게 태를 자르기를 재촉할 때 친척할머니를 모시고 애기 아빠가 돌아왔다.
구세주가 나타났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것이 아닌지?
애기는 퍽 건강한 계집애였고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참고; 그때는 통행금지라는게 있어서 밤 12시 부터 새벽 4시 까지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을 법으로 금했다. 그리고 병원도 중앙통 번화가에만 몰려 있어서 주택가에는 병원이 아주 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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