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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면 우린 파장이다.
왜냐면 후란님 낭군님이 모시러 온다고 하니 11시까지 우린 산장으로 원복을 해야하니 돗자리 걷고 궁전으로 내려왔다.
남촌님 차에 빛나리님과 산장앞 버스정류소에서 낭군님 만난다는 후란님을 태우고 가야한다.
이제 우린 아쉬운 작별의 절차만 남았다.
손 한번 잡고 얼굴보고 눈 한번 맞추고 밥상 술상 한 상에 올려 먹고는 헤어져야 한다.
후란님!
빈 봉투 날리시고 떠나가시기에 마당쇠 얼른 주어 열어보니 양놈 새 지갑 주운 듯 한 묶음 총알들이 가득하여 마다하다 사양하다 최 불따구란 말은 들어도 최 고집이란 말은 강 고집보다 못한 것 같은데 최 고집이 더 고집쟁이라고 우기는 통에 니 가슴에 못 박느니 차라리 내 가슴에 못 박는 것이 나은 일인지라 두칠이 가슴에 앙금 하나 그었답니다.
산장 궁전에는 떠난 사람 떠나고 남은 사람끼리 노래판이 벌어졌답니다.
다시 술상이 들어오고 남은 다섯의 육탄 용사들은 마지막 사력을 다해 저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목놓아 울었답니다.
무슨 연유로 다시 온 님의 전화를 받고 나도 몰래 흘러간 발걸음 따라 가니 가로등도 졸고 있는 달뜨는 오솔길에 잠자리 날개 같은 치마저고리가 불빛에 아른거리는데 어디선가 그 언젠가 본 듯한 사람이 생글생글 웃음을 날리며 사뿐 사뿐 나비걸음으로 내려오시는 겁니다.
이건 운명입니다.
그 밤에 가로등불 아래서 우리의 재회는 운명이 아니고 어찌 이루어질 것인가요?
오신다는 낭군님은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이 걸려 갈 곳 없는 사람 차마 다시 들어올 수가 없어 서성이던 발걸음이었다고 말씀을 하시지요.
졸던 가로등이 자다 깨어나서 놀란 눈으로 내려보는 불빛 아래로 차마 나서기가 민망하더이다.
무슨 말씀을 드리고 들었는지 님은 기억이 확실하지 싶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아무 기억도 남아있질 않답니다.
다행이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세상의 일은 알고 나니 탈이 생기지 모르면 약이 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시선을 내리깔고 이따금씩 쳐다보는 모습만이 기억에 나는 호칠님 말마따나 천상의 소녀를 만난 지상의 소년이었답니다.
예정한 시간 20분이 다 지나가니 자동차가 나타나 님은 그만 떠나시고 말았답니다.
못다 한 말 가슴에 담고 궁전으로 되돌아오니 그간의 일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노래 소리만 저 솟아지는 물소리와 경쟁이라고 하는 듯 메아리 치고 있었나이다.
이제 목소리도 잦아지고 자정도 지나서 대궐같이 큰방에서 여군는 여탕으로 가고 남자만 이 구석 저 구석 한자리씩 자리를 잡고 쓰러졌나이다.
흐르는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밤새워 쉬지도 않고 노래를 불러주었답니다.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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