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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이 어떠하더냐? 누가 나에게 물었다.
그야말로 無等입디다.
다음날 하루 종일 걸은 산길에 어디 오른 적도 내린 적도 없는 無等 이름 그대로 無等입디다.
그런 무등산에도 계류의 물은 뇌성벽력같이 함성을 지르며 솟아지고 있었다.
무등산에서 산해진미 맛을 다 보려면 바로 산해산장에 가면 된다.
산장은 계류를 끼고 정원은 아름드리 팽나무 숲으로 덮인 숲 속의 시원한 산장이었다.
산장 마당에는 분수가 치솟고 여기저기 나무 그늘에 평상이 놓여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나 비가 온 후라 손님은 거의 없었다.
차가 마당에 들어서자 안내하는 마당쇠가 나와서 자리를 만든다.
그러나 산장의 여인은 보이지 않았다.
후란님의 모습은 우리들이 다 내린 후 후원에서 나타나셨다.
그녀는 아직 누가 누군지 어리둥질하였다.
내 눈에 비친 그녀는 단편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나오는 옥이 눈에 비친 어머니의 모습 같았다.
연분홍 옷자락만 기억이 나고 무슨 류의 옷을 입고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그저 잔잔한 미소만 지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악수를 청하는 손을 내미자 선뜻 손을 내 준다.
사정 볼 것 없이 몇 번 흔들고는 싱긋 웃어준다. 외간 남녀가 공개석상에서 자꾸 눈 맞출 수가 없지 않는가.
저녁상을 준비시키고 우리는 남촌님의 안내에 따라 10분 거리에 있는 원효사로 갔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원효사는 절 마당에 쌓은 돌 축대가 장엄하고 우람했으며 건너 산을 바라보는 마당 앞에는 누각이 시원하게 앉아있었다. 우리들은 신발을 벗고 이름 모르는 누각의 난간에 앉고 기둥에 기대어 건너 산을 바라보며 한담을 즐겼다.
아리따운 젖무덤 같은 산봉우리 하나를 두고 이런 저런 가십을 하다. 누대를 내려왔다.
절 마당에 서서 해질 무렵의 산색을 바라보며
옛 시인이 읊은 시 한 구절을 떠 올렸다.
산색은 해질 녘이요, 물소리는 한밤중이라!
산장 이층에는 산해진미가 상을 채우고 남촌님의 선물 해남 녹향주(녹산주) 한 병을 헐어 잔에 채웠다.
갯땅쇠님의 재담에 가장 많이 웃어준 사람은 후란님이시다.
내 옆에 앉아서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우나 내내 웃는 목소리는 들었다.
아주 천진난만한 아이같이 작은 일에도 까르르 까르르 웃으신다.
내내 말씀이 없어 목소리도 아련하나 웃는 소리는 맑고 청아했다.
잔은 돌고 술은 줄고 목소리는 높아지고 술은 취하니 이제 갇힌 방에서 나와 하늘을 보며 한 잔 하자고 한다.
흐리던 하늘은 어느새 개이고 팽나무가 하늘 우물을 파 놓은 자리에 상현달은 파아란 우물 한 가운데 떠 있었다.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저 달과 저 물소리에 어찌 마음을 가두고 있으랴!
다들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렇듯 분위기는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
빛나리님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반가움과 안부로 전화를 놓으시지 못한다.
빛나리 지리산 혼자 보내놓고 얼마나 걱정을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난데
무슨 감사의 인사를 받아야하는지 나도 모르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부터 전해지는 인정에 가슴이 뭉클하다. 일찍 가야한다는 빛나리도 이제 안 가도 되는 모양이다.
기념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아무도 카메라 준비를 하지 못했다.
일회용 카메라! 어디서 구하랴! 일단 주인아저씨에게 돈을 주었다.
시내 가는 길에 사 오라고 부탁을 하고 우린 숲길을 걸어올라 가로등불이 계류의 하얀 물보라같이 비추어내는 길가에 돗자리를 깔고 술상을 불렀다.
무릇 술이란 첫째가 분위기요 둘째가 술맛이라고 그날의 분위기는 전라남도 아저씨 경상남도 아짐씨들이 함께 어울러지는 동서 화합의 분위기에 달 좋고 물 좋고 산 좋고 하늘 좋은 곳이었다.
인정을 담은 술잔은 저 흐르는 물 따라 흐르고 있었다.
열 시가 지난 시간에 김천 오즈님의 전화를 받고 모두들 돌려가며 안부와 인사에 한시간은 족히 통화를 했을 것이여~~~~~~~~~~
트어키 주의! 제칠님 통화 오래하는 습관 끊기!
오즈쥔장도 마찬가지.....................!
공범이니 말이야.
못 오셨지만 같이 있는 기분인지 즐거운 목소리가 넘치고 있었다.
나야 이미 반술 되었으니 기분이 좋은 건 당근이지만.
노래를 한 곡조 울려야하는데 목이 근질근질하다.
어서 파장하고 노래방이라고 찾아가자!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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