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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안개가 검은 실루엣 드레스로 갈아입은
무등산장에서 여장을 풀고 원효사에 들려 잠시 담소를 나눈 뒤
푹 삶은 백숙과, 도토리묵에
남촌님께서 가지고 오신 녹산주 향기와
곡조를 다듬지 않은 야생의 큰 울음소리를 내며
계곡을 거세게 달리는 물소리와
지휘자 없이도 이름모를 새들과 풀벌레들의 교향악은 밤늦도록 끊이지 않았답니다
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간소하게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저희들은
우주의 등대 달빛을 밟으며
빽빽하게 늘어선 팽나무, 전나무들 아래로
달빛이 안내 해 주는 좁은 오솔길을 걷는 님들의 뒷모습에서
저는 보았습니다
무엇인가 찾아 헤매는
외로운 영혼들의 작은 움직임을 잠시 훔쳐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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